매스컴에 끊이지 않는 성폭력 사건의 대부분은 부(富)와 권력을 과시하듯 돈과 지위를 이용한 갑질형 성추행이 많다. 한샘의 남자직원과 인사팀장의 여직원 성추행이 문제가 됐다. 호식이 치킨의 최호식 전 회장을 비롯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여비서 성추행 의혹으로 기업 이미지를 추락시킨 사건이 엊그제의 일이다.
고용주가 종업원에 성폭력을 행사한 사건은 2012년 207건에서 2016년 294건으로 약 40% 증가했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간·추행은 같은 기간 134건에서 251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경찰청은 지난해 9~12월 `갑질 횡포 근절 TF`를 구성 특별단속을 실시해 431명을 적발했다. 이 중 90% 가까이가 직장 혹은 조직 내 성범죄였다. 올해에는 특별단속을 확대해 2~8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자 631명을 적발했다.
교육계에서도 갑질형 성폭행과 성희롱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학교 성폭력은 최근 4년 새 4.3배가 증가했다. 전남대 병원의 한 전공의는 선배란 이름으로 후배 여학생을 성추행해 파면당했다. 대구에서는 초등학교 남학생이 2학년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했다는 소문이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 대학에서 교수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한 성추행과 성희롱 범죄는 더는 새로운 뉴스가 되지 못할 정도에까지 이르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최근 3년간 공공기관 폭력예방교육 기관장 및 고위직 미참석 기관 현황`에 따르면, 고위직(국가기관 국장급, 공직유관단체 임원급, 대학 전임교수 이상)이 교육을 전혀 듣지 않은 기관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갑질 성범죄가 늘어나는데도 고위직 성의식 개선을 위한 폭력예방교육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다. 당국의 관리에 구멍이 났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정부가 내년 하반기까지 통합적인 젠더(성)폭력방지정책 추진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 중장기 국가행동계획 수립 및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젠더폭력방지법(가칭) 제정을 추진한다고 한다. 여성가족부는 태스크포스 의견을 반영해 올해 말까지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의 설치·운영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상급 지위를 가진 자에게 갑질 성범죄를 당해 어둠 속에서 절망하고 있는 가련한 을(乙)이 더 이상 방치돼서는 안 된다. 하루빨리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