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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해 액상화·지하 동공, 정밀진단 소홀치 말아야

등록일 2017-12-04 21:03 게재일 2017-12-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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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으로 인한 액상화 현상이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정부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흥해읍 7번국도 일대에 9곳의 빈 공간인 동공(洞空)이 발견되는 등 수상한 현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또 다른 문제가 누적되고 있지는 않는지 제대로 살피고 치밀하게 대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인규명을 위한 당국의 빈틈없는 정밀진단과 대책 수립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행안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과 기상청은 지난달 19일부터 이를 규명하기 위한 조사·분석을 공동 진행해왔다. 조사단은 진앙에서 10㎞ 이내 10곳을 골라 시추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홍해읍 망천리 2곳, 남구 송도동 2곳, 홍해읍 매산리 1곳 등 5곳이 `액상화 발생 가능 지반`으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액상화 안전율을 산정했더니 모든 곳에서 기준치 1.5 이하인 0.45~0.71로 나타났다.

액상화 지반이 많은 일본에서 위험도를 판정하는 방법인 액상화 지수(LPI·Liquefaction Potential Index)를 따져봤다. 지수는 `없음`(0)·`낮음`(0~5)·`높음`(5~15)·`매우 높음`(15 초과) 4단계로 구분된다. 조사 결과 4곳은 액상화 지수가 `낮음`으로 판정됐지만, 망천리 논 1곳은 6.5로 `높음`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행정안전부는 브리핑을 통해 조사 내용과 전문가 자문 결과를 종합하면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경북도 지진재해원인조사단은 포항의 땅 밑의 변화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북구 흥해읍 7번국도 일대에 9곳의 동공을 발견했다. 이들 가운데 흥해중학교 입구 시내 방면 7번국도 아래 동공은 길이 220㎝, 폭 150㎝, 깊이 92㎝였다. 문제는 동공에 깊이 52㎝의 물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은 우려스럽다. 트럭과 같은 대형차량 통행이 많은 7번 국도임을 감안하면 또 다른 사고발생도 유발할 수 있다.

흥해네거리 인도에서 발견된 3곳의 동공 가운데 1곳도 간단치 않다. 길이 433㎝, 폭 140㎝, 깊이 22㎝인 동공 바닥에서는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높이로 물이 솟구치고 있다. 만약 동공에서 지금처럼 계속 물이 솟아날 경우 인도의 지반은 더욱 취약할 것으로 보여 안전사고도 걱정스럽다.

정부는 포항지역 개발 사업으로 마련된 3천여공의 시추 정보를 활용해 진앙지 주변지역 액상화 가능성을 추가 분석하고 추가 신고가 들어오면 시추조사도 진행할 계획을 밝혔다. 진앙지 인근의 수상한 동공을 비롯한 제반현상에 대한 철두철미한 조사가 시급하다. 지반 변화에 대해 현미경 들여다보듯 관찰함으로써 재난의 확산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 아주 작은 문제 하나라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천재(天災)가 지나간 자리에 인재(人災)의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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