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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천지원전 지원금, 환수보다 주민 보상이 먼저다

등록일 2018-03-30 21:40 게재일 2018-03-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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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탈 원전정책으로 국내 원전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는 경북지역은 경제적으로 받은 타격만으로도 심각한 상태다. 경북의 미래를 내다본 경북도의 야심찬 계획인 동해안 원전클러스터 사업이 전반적으로 재검토돼야 할 상황에 도달해 있고, 원전건설 중단과 조기폐쇄 등에 얽힌 지역의 문제는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탈 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온전히 모아지지 않은 가운데 나온 정부정책으로 원전지역 주민 갈등이 내재한 상태에 있다.

이런 가운데 천지원전 건설 지원 명목으로 영덕군에 내려진 특별지원금의 환수문제가 관련부처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에 영덕군이 부글부글 한다고 한다. 영덕군은 지난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 걸쳐 천지원전 1·2호기 건설 명목으로 총 380억원을 정부로부터 받았다. 이 자금은 원전이 제대로 건설되었다면 주민 정주여건 개선과 지역개발사업 등에 쓰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탈 원전 정책 발표로 상황이 돌변했다. 정부가 천지원전의 신규 건설을 백지화한 가운데 최근에는 산업통산자원부가 지원금 환수조치에 나선다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다. 영덕군이 올해 예산에 380억원을 전액 배정하자 지난 1월 산자부는 집행유보 명령을 내려 보냈다. 양 기관 간에는 예산집행을 둘러싼 신경전이 벌써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산자부는 지원금 환수여부를 가리는 법리검토에 들어갔다. 법제처에 유권 해석을 의뢰한 상태라는 것. 그러나 산자부의 이번 조치가 법적 동의를 통해 지원금 환수의 정당성을 높이기 위한 의도로 풀이돼 영덕군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태다.

산자부의 법리 검토에 대해 지역민의 시선은 매우 차갑다. 법리검토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절차와 투명성이 마땅찮기 때문이다. 지원금 처리문제에 대해 관련부처가 법리검토 등에 들어가기 전에 적어도 모든 절차에 관한 문제를 먼저 투명하게 밝혔어야 했다. 특히 해당지역민에 대해서는 피해 정도나 현지 속사정을 살펴보는 행정의 선행적 배려가 있어야 마땅한 것이다.

영덕군에 원전건설이 확정되기 전까지 겪었던 과정을 생각하면 관련부처의 이런 배려는 지극히 마땅하다. 지난 6년 동안 해당주민들은 재산권 행사조차 못하는 등 많은 고통을 겪었다. 원전개발 소문으로 땅값은 천정부지로 올라 설사 보상금을 받더라도 대토도 못할 형편에 놓였다. 지금에 와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원전건설을 백지화 시키고 환수에 나선다면 정부를 신뢰할 국민이 과연 있을까 의문이다.

당시 국무총리가 영덕을 찾아 “정부정책에 협조한 지역인 만큼 범정부적으로 지역발전의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정권이 바뀌었으나 정부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환수보다는 주민 피해부터 살펴보는 정부의 자세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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