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독도에서 울릉도로 가던 중 기관실로 바닷물이 유입된 여객선 엘도라도호(톤수 668t, 승객정원 414명) 사고는 바다 위를 떠다니던 불상의 물체와 부딪혀 발생한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내려졌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은 1일 엘도라도호가 있는 울릉도에 직원을 보내 조사한 결과 1번 기관실 외부 스케그가 어떤 물체와 부딪힌 사실을 확인했다. 스케그는 배의 키 아래를 지탱하면서 선박 기울기를 완화해주는 일종의 날개다.
지난달 31일 오후 7시 35분께 울릉도 남동쪽 22㎞ 해상에서 독도를 떠나 울릉도로 운항 중이던 엘도라도호 기관실로 바닷물이 유입됐다. 엘도라도호는 1999년 호주에서 건조한 쌍동 쾌속선으로 전장 47.33m, 전폭 13.0m로 지금까지 운항했던 울릉도~독도 여객선 중 가장 큰 규모다. 여객선 승무원들은 안내방송을 통해 승객들을 안심시키고, 구명조끼를 착용토록 하고 배수펌프를 이용해 해수 유입량이 증가하지 않도록 조치했다.
해경은 인근에 경비 중이던 1천500t급 경비함을 급파, 가져간 펌프로 물을 모두 퍼낸 뒤 저속 운항을 유도해 예정시간보다 3시간 10분여 늦은 밤 11시 37분 울릉 저동항에 도착했다. 기관실 침수 소식을 접한 승객들은 4시간 동안 공포에 떨었다. 세월호 사건 이후 높아진 경각심 덕분에 긴박했던 상황 속에서 여객선 승무원들과 승객들의 대처 그리고 해양경찰의 침착한 대응이 적절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 대해 단지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분석과 대응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포항해양수산청은 당시 충격으로 기관실 일부가 휘어지고 갈라지면서 바닷물이 들어온 것으로 추정했다. 정체불명의 물체와 부딪쳐서 기관실이 뚫렸다는데 또 그러지 말란 법이 없다. 특히 알루미늄 재질로 된 여객선 선박 특성상 충돌에 따른 침수 사고에 구조적으로 취약해 보완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당국은 이번 사고는 물론, 앞으로 일어날 모든 사고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생명안전을 지키는 일에는 자만과 방심이 가장 결정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사고를 막을 완벽한 대책 마련과, 사고가 났을 때의 대피능력 향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대형선박의 해상사고 비극이 결코 재연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