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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기` 대입정책, 내용·형식 모두 아리송

등록일 2018-04-04 21:37 게재일 2018-04-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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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이 그 동안 유지해 온 대입 수시모집 확대 정책을 하루아침에 흔들면서 대학과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 2007년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 이래 정시 비중 감소에 대해 교육부가 문제 삼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교육부는 공식적 절차가 아니라 일부 대학에 전화를 걸어 정시 확대 의견을 전달했다는 점에서 그 배경마저 의심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지난달 서울대·고려대 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정시 확대를 요청한데 이어 29~30일 경희대·중앙대·이화여대 등 3개 대학에 전화를 걸어 같은 요구를 했다. 이와 관련 이진석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학생·학부모 의견을 대학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 정시 비중이 낮은 3개 대학에 전화한 것”이라고 궁색하게 변명했다.

전국 대학의 수시모집 비중은 2006학년도까지만 해도 전체 모집인원의 48.3%였지만 2007학년도에 51.5%로 정시모집 인원을 추월했고, 올해 치러지는 2019학년도 입시에서는 76.2%를 차지한다. 도입 이래 줄곧 수시모집을 독려해온 교육당국이 석연한 이유도 없이 별안간 `정시모집 비율 지키기`에 나선 꼴이다.

교육당국의 요청을 뿌리칠 수 없는 입장인 각 대학은 내심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정시 비중 확대는 그동안 대학수학능력평가(수능)의 절대평가를 추진해온 기존 정책기조와 상충되고, 교육부가 지난달 25일 교육부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수능 최저점수 폐지를 각 대학에 권고해 학종 만능시대를 조장하는 조치를 취한 것과도 분명한 엇박자다.

대입제도가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것은 수능 최저점수 폐지 권고가 거센 반발에 부닥친 현상 때문인 듯하다. 청와대 국민청원코너에 10만 명에 육박하는 국민들이 반대의견을 개진했고 여당 초재선 의원들은 학종의 전면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국민적 반발을 수습한답시고 부랴부랴 정시모집 확대라는 땜질처방을 내리다 보니 사달이 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그동안 학종을 중심으로 한 수시모집은 일명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만큼 과도한 수시전형 쏠림현상을 조절해야 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마치 금융당국이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은행에 `창구지도`를 하는 것처럼 교육당국이 대학에 전화를 걸어 이래라 저래라 하는 방식으로 대입제도를 흔드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교육부가 정시확대 카드를 급박하게 내놓은 것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목적으로 보는 해석이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 같은 해석이 사실이 아니길 소망한다.

조령모개(朝令暮改)식 정책 변덕으로 60만 수험생과 그 두 배에 이르는 학부모의 애를 태우는 교육부의 행태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백년지대계를 이렇게 `널뛰기` 방식으로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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