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사회주의 개헌·정책 저지 투쟁본부 현판 제막식 및 임명장 수여식’을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을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사회주의 개헌안’으로 규정하고, 당력을 집중해 이를 저지하겠다는 선언이다. 개헌 정국을 이념대결 프레임으로 이끌겠다는 정부여당의 도전에 응전을 시작한 셈이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이 정권에서 추진하는 개헌의 본질은 사회주의 체제로의 변경”이라고 규정했다. 김무성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개헌안엔 사회주의 정책이 다수 포함돼 있다. 그대로 적용했다가는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우리 경제가 몰락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거두절미하고, 유감이다. 국민개헌의 필요성을 목청껏 부르짖었던 정치권이 결국 개헌열망을 지방선거용 불쏘시개로 소진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진보 민심의 결집을 위해 진보정당의 정강정책에나 들어갈 만한 내용들을 개헌안에다가 우겨넣었다. 보수정당은 이를 ‘좌향좌’ 개헌으로 딱지를 붙여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21세기 서울 한복판에서 때 아닌 ‘사회주의 개헌 정책 저지투쟁 위원회’라니 생경하다. 그러나 그렇게 단지 정치투쟁의 수위 상승의 소회를 넘어서 정부여당의 개헌안에 담긴 정치적 함의를 다시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태 전 한 세미나에서 토지공개념을 언급한 적이 있다. 땅의 사용권은 인민에게 주되 소유권은 국가가 갖는 중국식이 타당하다고도 했다. 만약 세금을 동원해 국민들의 주택과 토지를 빼앗아 국유화하는 식의 ‘토지공개념’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는 순간 사실상 6월 개헌은 물 건너갔다. 대통령 개헌안에 지방선거판을 개헌과 호헌 구도로 몰기 위한 정략이 개입돼 있다면 이는 명백한 본말전도(本末顚倒)다. 국민들의 진정한 바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여야 극한대결의 정치적 궤변만 난무하는 정치논쟁판만 흐드러지게 생겼다. 그렇더라도 ‘사회주의 개헌’이라니, 그 본질부터 정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변화가 필요하지만, 자유시장경제의 뿌리를 폭파하는 정치적 변동이라면 심사숙고해야 한다. 허투루 넘길 일이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