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과 홍 대표는 13일 청와대에서 처음으로 단독 회동을 했다. 대화는 남북 정상회담 등 외교안보 현안에 집중됐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부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홍 대표는 대화는 반대하지 않지만 과거 잘못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제기한 국내 현안에 대해선 문 대통령이 경청만 했단다. 시각차는 좁히지 못했으나 만남 자체는 의미 있는 일이다.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한미가 하나의 비핵화 방안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로 떠올라 있다. 비핵화 해법을 둘러싼 북·미 간 입장차가 워낙 크다.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내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안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는 북한이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 보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남북정상회담 날짜는 다가오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이견을 가진 정치권을 버려두고 단독드리블 방식으로 나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회동에서 자기 할 말만 했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생각이 어떤지 확인했다는 것은 소중한 결실이다. 다른 정당의 견해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뭐든지 혼자 결정해도 되는 북한의 김정은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 건강한 민주주의야말로 협상의 가장 효과적인 지렛대다.
초당적 안보협력이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상설협의체’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먼저 관련 정보를 야당과 신속·정확하게 공유하는 등 소통 노력에 훨씬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물론 야당이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할 궁리에 빠지는 것 또한 금물이다. 정말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떤 지혜가 필요한지 깊이 고민하면서 의견을 개진하는 게 맞다.
이번 문 대통령과 홍 대표의 가시적 회동성과만을 들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성급하다. 물론 과거처럼 베일 속에서 여야 영수회담을 열어 초미의 정치현안들을 뒷거래하던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어 정치지도자들과 수시로 소통하는 것은 정치혁신의 시작이자, 국민통합과 국가미래개척에 유익하다. 대통령이 나서면 우리도 선진적인 소통의 정치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