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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중도하차, 관행 된 포스코

김명득기자
등록일 2018-04-19 21:22 게재일 2018-04-1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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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회장 임기 중 사임<br />세대교체 이유 내세웠지만<br />정권교체 따른 외풍 ‘의혹’<br />지역경제계도 우려 목소리
▲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이사회를 마친 뒤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 회장은 이날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8일 임시이사회에서 사의를 밝혔다. 임기가 오는 2020년 3월인데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떠나 정치적 외압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권 회장 후임으로는 오인환·장인화 포스코 사장, 황은연 포스코인재창조원장,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관련기사 2·11면>

국영기업으로 출발한 포스코는 2000년 9월 정부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민영화됐지만, 이후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총수가 중도 하차하는 악순환이 거듭돼 왔다. 전임 회장들이 공식적으로 밝힌 사임 이유는 다양했지만, 실제로는 정권 교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권 회장의 사임으로 철강업계와 지역경제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후임인사를 가급적 빨리 선임해 포스코의 조직과 지역 경제를 동시에 안정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권 회장은 사임 결정에 정치적 외압이나 외풍은 없다고 밝혔지만, 재계에서는 이런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권 회장은 이날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100년 기업 포스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젊고 유능한 인재가 CEO를 맡는게 좋겠다”며 사내외 이사진들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사외이사를 중심으로한 이사들은 사의 철회를 거듭 요청했으나 권 회장이 사임의 뜻을 굽히지 않아 후임 CEO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CEO 선임단계의 맨 첫단계인 CEO 승계 카운슬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승계 카운슬 1차 회의가 열리는 내주초에 향후 CEO 선임 절차와 구체적인 방법 등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정상적인 CEO 선임시에는 주주총회 개최 3개월 전부터 CEO 선임절차가 진행되지만, 이번에는 업무공백이 우려되는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CEO 선임 기간을 가급적 짧게 해 임시주총을 통해 마무리할 방침이다.

권 회장은 이사회의 요청으로 후임 회장이 선임될 때까지 회장직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장 사임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이상 모든 권한 등이 형식에 그칠 공산이 커 실질적인 업무수행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경제계는 포스코가 지난해 6년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실적 개선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과 지난 1일 포항시와 약속한 1조원 이상의 ‘통 큰’ 지역상생협약이 이번 일로 혹여 타격이나 받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권 회장 사임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경제인들은 하나같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돌연 교체되는 것을 목격해 온 지역 경제인들은 “이제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빠르고 외압없는 후임자 선임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의 한 상공인은 “권 회장의 갑작스런 사임은 정치권의 외압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면서 “지난 3월말 포스코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앞으로 포스코를 잘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는데, 갑자기 사임하게 된 배경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철강공단업체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에 또 다시 정치적 외풍이 작용한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면서 “이번 일로 철강업계는 물론 지역경제가 크게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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