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지방선거 부활 이후 이처럼 한 정당이 광역단체장 14곳을 휩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K지역은 그마나 광역단체장과 대다수 기초단체장의 자리를 고수했다고는 하나 내막을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개표과정에서 보여준 박빙의 승부는 한국당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도 남았다. 자유한국당은 결과만 갖고 만족해할 것이 아니라 뼈깎는 혁신 노력 없이는 당 자체가 소멸될지 모를 상태에 다다랐음을 알아야 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대구지역의 광역의원 선거 결과다. 1995년 민선 지방선거 시작 이래 단 한차례도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사례는 없었다. 그런 대구가 이번에는 달랐다.
대구광역시의회에서만 4명의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2~3명씩 선출하는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예견됐으나 광역의원 선거에서 이렇게 당선자를 낼 것이란 기대는 많지 않았다.
실제 개표과정에서는 한 때 민주당 소속 후보 10여명이 27개 광역의원 선거구에서 앞서는 선전양상을 보여 민주당이 고무되기도 했다.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해석이 구구하다. 그러나 대구시의회의 민주당 후보 입성에 따른 지각변동은 새로운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시의회 활동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그동안 특정 정당 소속의 의원들로만 구성돼 의회가 활기를 잃었다는 비판만으로도 민주당 후보의 등장은 긴장감을 준다. 같은 당 소속 대구시장의 들러리라는 지적에 대한 반성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회는 지역주민에 의해 선출된 의원들로 구성된 대의기관이다. 그 지방 자치단체의 정책을 결정하는 기능이 있다. 조례의 제정, 개폐, 예산의 심의 확정, 결산의 승인 등을 한다. 또 집행기관의 독주를 견제한다거나 부당한 처사를 감시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시의회의 기능은 지역민의 삶을 함께 고민하고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소중한 기능을 갖고 있다.
앞으로 정부가 말하는 획기적인 지방분권 정책이 이뤄진다면 지방의 광역의회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아직은 양당체제라지만 균형의 조화가 부족한 면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이번 대구시의회에 민주당 후보가 진입한 것을 계기로 견제와 협치의 기능이 살아나야 한다. 그래서 지금껏 보지 못한 역동적 운영을 통해 대구시가 발전하는데 기여하는 의회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시민들의 투표도 이러한 염원을 담은 결과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