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은 강 장관이 지난 5일(현지 시각)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주최한 중동 지역 국제안보포럼 ‘마나마 대화’에서 한 발언에 시비를 걸었다. 강 장관은 “북한은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믿기 어렵다”며 “북한이 우리의 코로나19 보건 협력 제의에 잘 반응하지 않고 있다(unresponsive)”고도 말했다.
맥락이나 수준으로 볼 때 아무 문제가 없는 발언이었다. 김여정이 퍼부은 특유의 강퍅한 협박 용어들은 터무니없는 생트집이다. 일각에서는 김여정의 비난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방한 일정에 맞춘 경고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탈북민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김여정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김정은의 계산된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태 의원은 또 “‘남북대화를 재개하려면 강 장관부터 교체하라’는 메시지”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강 장관에 대한 혹독한 실명 비난과 귀에 담기 어려운 협박에도 대북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무반응이다. 외교부는 강 장관의 발언이 “북한의 국제적 방역협력 필요성 언급”이라며 대상이 누구인지도 모를 해명을 늘어놓았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전략적 인내 의도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북한 지도자들이 무슨 악다구니를 펼쳐도 눈치만 살살 보는 우리의 거듭된 비굴한 행태가 국민의 심리적 무장해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가 제일 걱정이다. 저들의 겁박 막말에 최소한 유감 표명은 하면서 남북관계를 풀어갈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인가. 도대체 왜 짹소리도 못 하고 매번 절절매야만 하는 것인가. 참으로 자존심 상하는 부끄러운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