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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꼬이는 한일관계… 실용외교력 빈곤의 제물

등록일 2021-01-10 20:07 게재일 2021-01-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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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림으로써 떠름한 한일관계에 또 하나의 악재가 떠올랐다. 한일관계의 악화는 역사 문제를 악용하는 양국 정치권의 불순한 선동 책략과 실용적 외교능력의 부재가 빚어낸 제물이다. 새해를 맞아 부디 이 지루한 소탐대실 게임을 종식할 수 있는 창의적인 해법이 모색되기를 바란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며칠 전 재판에서 “일본 정부는 원고들에게 1인당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위안부 피해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재판부는 위안부 문제에 관해 “반인도적 범죄 행위로서 주권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한일관계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다수다. 지난 2018년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배상 판결과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한일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 또 하나의 악재가 추가되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판결을 이행하기 위해 한국 내 일본 정부 자산 압류 등 조치를 하게 되면 지난번보다 훨씬 큰 파장이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지난번 강제징용배상 판결 때와 마찬가지로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나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로 해결된 사안이라는 기존 주장을 고수하며 판결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항소조차 하지 않겠다고 한다.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일본 정부가 과거의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역사적·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자세는 옳지 않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법원의 판결이라는 핑계로 능동적으로 한일갈등의 해법을 찾지 않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강제징용배상 문제도 정부 차원에서 뒷짐을 지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지지율 하락 만회를 노리고 선동의 불쏘시개로 써먹기 위해 또다시 ‘죽창가’를 불러대는 일이다. 걱정거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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