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사회 진단 / 심각해지는 가족 해체 (6) 1인가구 시대 경제적 이유로 등장한 1인 가구 개인주의적 성향 확산으로 급증 기러기 아빠·노인·미혼 남녀 등 복잡한 사회문제와 연결돼 있어 100세 시대 예고된 혼란 대비해 공동체의 가치 다시 생각해봐야
정년 퇴직한 A씨(63)의 아들(30)은 직장을 얻은 지 얼마되지 않아 혼자 나가 살겠다며 부모의 허락을 받고 오피스텔에 방을 구했다. 결혼도 하지 않은 자식이 혼자 별도살림을 차리겠다는데 이것을 붙잡아 두는 것이 옳은 것인지 자식이 원하는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옳은 것이 나이든 부모도 헷갈리는 게 요즘의 세태다.
A씨는 시대가 변하는데 나혼자 괜한 고집을 피워 고루하다는 말을 듣지 않을까 걱정하다 허락을 했다고 한다.
몇 년전 일이다. 일본의 공영TV가 정부의 발표를 인용해 전통적 가정의 가족 개념이 무너진 일본의 현실을 집중 보도했다. 남편과 아내, 아이들로 구성된 표준적인 가족 개념이 불과 30년 사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는 내용이다. 부부와 아이로 구성된 가구의 비율이 1990년 37%에서 2015년에는 27%까지 줄어들었다. 전체 가구의 3분의 1도 안 된다. 반면에 1인 가족은 23%에서 35%까지 늘어 일본 가족 형태의 대세가 됐다는 것이다.
이젠 일본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현실 문제로 다가왔다. 우리나라의 1인 가구 비율은 통계적으로 볼 때 일본보다는 낮지만 증가속도는 매우 빠르다. 2000년 15.5%에서 2019년에는 거의 배 수준인 30.2%로 늘었다. 1997년 IMF 국제금융위기 이후 눈에 띄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경제적 이유가 주도를 했으나 지금 와서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확산세를 더 부채질하고 있다.
1인 가구하면 보통 독신자를 연상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매우 복잡한 사회문제와 연결돼 있다. 1인 가구의 구성으로는 기러기 아빠, 이혼 후 혼자 사는 사람, 사별한 사람, 노인 등 매우 다양하다. 결혼하지 않은 미혼 남녀의 숫자까지 늘어나면서 1인 가구의 비율을 높이고 있다.
가정이란 혈육을 중심으로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는 곳이다. 가정에서 모든 교육의 기초가 이뤄지고 자식의 생활관, 인생관도 형성돼 나간다. 과거는 탈선한 청소년 문제를 두고 가정교육이 잘못됐다는 말로 대신했으나 지금은 가정교육의 문제보다 환경을 탓해야 할 시대가 됐다. 가정은 우리사회의 기초단위로 사회와 국가의 질서에 순응해 살아가는 전통적 공동체다. 가정의 파괴는 곧 사회질서의 혼란과 직결된다.
우리 사회가 핵가족화되면서 개인주의 혹은 이기적 문화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다고 자주 말하나 지금은 핵가족보다 더 세분화되고 단순화돼가는 가족형태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이다.
부모 자식간의 인륜적 개념을 가르치고 사회와 융합하고 조화해 가는 과정을 습득할 수 있는 전통적 가정의 붕괴가 우리사회를 더 혼란케 한다는 것이다.
가정교육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사회문제 말고도 1인가구의 증가는 비혼가구의 양산과 만혼, 저출산의 문제를 유발하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까지 약화 시킨다.
100세 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복지와 빈곤, 고용 등 사회 전반에 변화의 물결이 불가피하게 밀어닥칠 수밖에 없다. 100세 시대에 직면할 우리는 가족에 대한 가치관을 어떻게 정립하는 것이 좋을지 심각히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우정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