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사회 진단 / 심각해지는 가족 해체 (7) 새로운 가족이 온다 <br/>‘혼인·혈연관계 아니어도 가족’<br/> 여가부 건강가정계획안 놓고<br/>‘시대 흐름 VS 혼란’ 의견 분분<br/> 인구절벽 끝 위태로운 대한민국<br/> ‘비혼출산’ 등 논의 시작해야
지난 4월 27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2021-2025년)에는 1인가구의 증가 등 가족형태와 가족생애주기의 다변화 등 급변하는 우리 사회의 가족변화를 반영하기 위한 획기적 내용들이 담겨있다. 혈연과 혼인, 입양관계로 인정된 전통적 가족 형태 이외도 1인가구 등 다양한 형태의 구성원을 가족으로 인정하면서 이를 우리 사회 돌봄 체제안 두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책이다.
예컨대 자녀의 성을 결정할 때 아버지의 성을 우선적으로 붙이도록 한 부성원칙을 폐기하고 비혼 1인가구나 동거커플도 가족으로 인정하는 방안 등이 이에 해당된다. 여성가족부는 이와 관련한 법안 개정도 검토 중이다.
관습과 제도에 가장 얽매이지 않는 국가로 치면 프랑스만한 데가 없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자신보다 24살이 더 많은 은사와 결혼한 이력에도 대통령에 당선됐다. 프랑스 사람의 사고방식을 짐작해 볼 좋은 사례다.
프랑스가 1999년 도입한 팍스(PACS)는 이성 또는 동성간 동거를 법적으로 공인하고, 재산권과 사회보장을 보장해주는 사회제도다. 프랑스에서는 결혼과 달리 팍스에 등록한 채 동거하는 남녀가 많다. 커플 간에 문제가 생겼을 때 결혼보다 헤어짐이 쉽다는 것도 팍스 등록인구가 늘어나는 사유다.
아직까지 우리에게는 낯선 제도지만 먼훗날 우리도 이런 형태의 가족을 인정할 날도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건강가정기본계획안을 두고 “전통과 족보를 흔든다”며 반대하는 여론도 있었으나 “변화한 사회에 맞는 개선안”이라며 지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얼마 전 법무부의 1인가구 TF가 반려동물에게 물건이 아닌 제3의 지위를 부여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현행 법에는 법적용 대상을 인간과 인간이 소유한 물건 두 부류로 규정하고 있다. 동물에 관한 조항을 새로 만들어 인간, 동물, 물건 세 부류로 나누자는 의견이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가구가 는는데 따른 사회적 인식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 마련의 움직임이다.
가족관계가 다양화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정상가족, 비정상가족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자발적 비혼모인 방송인 사유리의 TV 출연이다. 정자은행을 통해 아이를 낳은 사유리의 TV 출연을 막아달라는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비혼모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이 아직은 보수적임을 반증한 증거다.
그러나 과거 절대 금기로 알았던 동거에 대한 한국인의 생각은 많이 변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20~30대는 62.1%가 동거에 동의하고 있다. 65세 이상 72%가 반대하는 의견과 비교할 때 시대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수치다.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사회도 이제 다양한 이유로 가족의 분화가 이뤄지면서 젊은층 중심으로 가족에 대한 관념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꼭 나쁜 시대조류라고 생각할 수도 없다. 일부 학자들은 우리도 동거하면서 출산을 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출산을 결혼가정에서만 인정하는 분위기는 국가의 평균 출산율 증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혼을 바탕으로 한 전통적 가정이 시대에 맞지 않다는 것이 아니고 그것도 가족의 다양한 형태의 하나일 뿐이라는 인식을 가질 때가 됐다는 것이다. 급변하는 시대변화에 우리의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면 이제부터라도 전향적으로 바꾸어 가는 것도 가족관계에 대한 혼란을 줄일 수 방법이 될 것이다. /우정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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