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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두호동 롯데마트 생기긴 하나요?

이바름기자
등록일 2021-07-08 20:15 게재일 2021-07-0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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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시장 상인 생존권 이유<br/>점포 개설등록 7차례나 반려<br/>협력기금도 마다 작심태도에<br/>‘정치적 셈법 작용’ 뒷말 무성<br/>인근 주민들 일대 우범화 우려<br/>“마트 생기면 상권 살텐데” 한숨
“저렇게 수년간 방치되고 있는데, 우리 동네가 아주 다 죽었어요. 선거철마다 도와주겠다는 정치인들은 다 거짓말쟁입니다.”

8일 오후 포항시 북구 두호동에서 만난 상인 A씨가 호텔 옆에 자리잡은 큼지막한 건물을 바라보며 입을 뗐다. 건물 사방의 유리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관계자외출입금지라는 팻말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출입문에 손을 가져다대보니, 각종 먼지와 얼룩이 짙게 묻어나왔다. 살짝 쓸어내고 난 이후 마주한 유리 너머의 실내는 어느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차량이 한 대도 없는 지하주차장의 모습이었다. A씨는 “6년인지 7년인지 계속해서 이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에는 당초 롯데마트가 입점할 예정이었다. 지난 2012년 (주)STS개발은 포항시 북구 삼호로 255 일원에 1천400억여원을 들여 16층 규모 호텔과 함께 복합상가 건립을 시작했다. 마트 건물은 총 9층(지하 3층, 지상 6층) 규모로 지난 2014년 말 준공됐다. 이 과정에서 포항시에 지역협력계획안이나 상생협력협약서 등을 제출하는 등 수차례 협의도 했다.

그러나 포항시는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롯데쇼핑이 신청한 대규모점포 개설등록을 무려 7차례나 반려했다. 한결같이 전통시장의 보존과 보호를 이유로 들었다. 직선거리상 1㎞ 안에 있는 장량성도시장을 비롯해 영일대북부시장과 죽도시장 등에 있는 시장 상인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조치라는 게 포항시의 공식 답변이었다.

사업자 측은 120억원에 달하는 지역협력기금, 500명에 이르는 고용창출, 연간 250억원의 지역 농산물 판매 방안 등을 제시했지만 포항시는 꿈쩍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개점이 밀리면서 시행사는 800억원이 넘는 원금을 갚지 못해 부도 위기를 맞았고, 채권단의 압류소식 이후 건물 소유권은 현재 코람코자산신탁이 갖고 있다. 당시 시장 상인들의 표심 얻기에 더해 전임 시장의 공적을 지우기 위한 정치적 셈법이 작용했다는 뒷말이 나올 정도로 포항시는 사업 진행에 부정적이었다.

현재는 사업주도, 포항시도 더이상 ‘논란의 이 건물’을 해결하기 위한 어떠한 적극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 모양새다.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3월 6일 롯데쇼핑의 제7차 개설등록 신청을 반려 처분한 이후 포항시에 접수된 추가 개설등록 신청은 없는 상태다. 해당 건물은 롯데쇼핑의 협력업체 직원 몇명이 상주해가면서 최소한의 유지관리만 하고 있다. 포항시 역시 이 건물을 따로 활용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롯데마트와 관련해 따로 진행되거나 그런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은 모두의 무관심 속에 이 일대는 우범지대로 전락해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주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는 “아무도 없는 건물 구석에서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흡연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본 게 한 두 번이 아니다”면서 “마트가 들어오면 주변 상권도 살고 주민들도 좋아할텐데, 누군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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