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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철의 구조조정, 지방도시 몰락을 불렀다

등록일 2021-11-08 18:25 게재일 2021-11-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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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연재한 ‘일본 산업도시의 아픔’(11월 1일, 8일)은 거점산업 하나에 매달려 있는 지방도시의 몰락 과정을 보여준 교훈적 사례다. 특히 일본제철의 구조조정으로 이미 고로가 폐쇄된 이와테현 가마이시시, 히로시마현 쿠레시와 올해 또다시 1기를 폐쇄키로 한 이바라키현 카시마시 등에서 나타난 기업도산과 인구감소 등 도시 쇠락은 철강산업을 축으로 하고 있는 포항시가 반면교사 할 부분이 많다.

1950년 창업한 일본제철은 매출 6조2천억엔, 종업원 수 10만6천명의 세계 굴지의 기업이다. 60년 넘게 일본경제를 견인했고, 세계 철강산업의 강자로 군림했다. 그러던 일본제철이 중국의 등장과 공급과잉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구조조정을 시작했고 먼저 일본 제철산업의 발상지로 불리는 가마이시 공장의 고로 2기를 폐쇄했다. 이 도시는 단숨에 쇠락의 길로 갔다. 1963년 철강산업 번성기 9만2천여명에 달했던 이곳 인구는 작년 3월 3만2천명으로 내려앉았다.

또 철강이 도시의 랜드마크였던 쿠레시도 지난 9월을 끝으로 고로 2기가 가동을 중단하면서 고용인구의 절반 이상이 떠나는 타격을 입었다. 식당이나 숙박업소 등 간접 영향까지 포함하면 쿠레시가 받은 경제적 타격은 막심하다. 일본제철이 압연공장을 비롯 하공정까지 전면 폐쇄할 계획이라 쿠레시의 도시 브랜드인 철강산업은 머지않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올해 3월 일본제철은 동일본제철소 카시마지구의 고로 2기 중 1기를 2024년 말까지 폐쇄키로 발표했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곳은 제철소가 소재한 카시마시다. 카시마시는 가마이시시의 전례를 따를까 고심하고 있다. 가마이시시와 이바라키현이 나서 일본제철의 체제 존속을 설득했으나 협상이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일본제철의 구조조정은 앞으로 더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어 쇠락위기 도시의 고민은 날로 깊어가고 있다.

국내 최대 철강생산도시 포항을 비롯한 단일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지방도시도 비슷한 산업 환경에 있다. 저출산과 청년의 탈출 등으로 위기에 내몰린 지방도시에서 거점산업이 붕괴한다면 도시 몰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역 거점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지방정부 차원의 다양한 고민과 대책이 준비돼야 한다. 철강산업 지원을 위한 포항철강거점센터 건립은 이런 면에서 바람직한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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