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비료·복합비료 거의 소진… 도내 농협 창고 텅텅 ‘제한 판매’<br/>경북농협·농림부 “현재 재고 내년 영농철 이전까지 큰 문제 없어”<br/>농민들 “비료는 해동되기 전 뿌려야 타격 없어” 발 빠른 대책 호소
“농협에 요소비료를 사려고 왔는데 이미 재고가 거의 소진돼 어디가서 구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안동에서 벼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으로 요소비료의 가격이 오를 것을 대비해 미리 구매하기 위해 농협을 찾았다가 난감했다고 하소연했다.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으로 촉발된 국내 요소수 대란이 물류·산업 현장을 넘어 농업 현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이 지난달 질산질 비료의 주원료인 요소뿐 아니라 염화암모늄, 질산암모늄 등 비료를 만들 때 쓰이는 다른 원료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하면서 현재 요소비료와 복합비료를 구하지 못한 농가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비료의 공급이 언제 재개 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경북농협은 9일 현재 도내 요소비료 및 요소가 들어간 복합비료의 재고는 2천500t 정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료 한포가 대략 20kg정도니, 12만5천포 가량 남아있다고 판단하는 셈이다. 다만 성분분석표상으로 재고를 파악하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역 농협이 느끼는 체감은 다르다. 경북 대부분의 농협에서 요소비료의 경우 이미 재고가 거의 소진됐고, 요소가 포함된 복합비료의 경우도 아주 소량만 남아있다는 것이다.
안동농협의 경우 지역 전체를 통틀어 약 200포 가량만 남아 있어 1인당 구매 수량을 1포로 제한하고 있다. 이마저도 빠르면 3∼4일 안에 동날 것으로 예측했다. 경주농협에도 약 200포의 재고가 있으며 1인당 5포로 구매를 제한해 이날 중으로 재고가 소진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리 많은 물량을 확보해 현재 재고가 남아 있는 지역은 당장은 구매가 가능하지만 포항, 구미, 의성, 예천 등 대부분의 지역 농협에서 요소비료 재고는 모두 소진됐다. 요소비료 외 복합비료까지 소진된 지역도 적지 않았다.
안동농협 관계자는 “올해 초 많은 분량을 확보한 덕분에 아직 적은 분량의 비료가 남아 판매하고 있지만 평소에 하루 700∼800포 가량의 비료가 팔려 나갔던 것을 생각하면 현재 남은 200포의 재고 소진 시점은 당겨 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비료 수요가 영농철(3∼5월)에 집중되는 만큼, 당장은 수요가 제한적이라도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경북농협 관계자는 “평년 대비 비료 수급상황이 좋지 못한 것이 사실이고, 이를 언론이 보도하면서 비료 가격 상승을 걱정한 농민들로 인해 재고 소진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시기별 판매량을 기준으로 짐작했을 때 현재 재고로 내년 2월까지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가에서는 이미 요소비료 및 복합비료의 재고가 남아 있지 않고 요소 부족 현상도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하루 빨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농민은 “일반적으로 벼농사는 2월께 해당 토지를 해동시키기 전에 밑거름용 요소비료를 뿌려둔다. 요소 비료가 제 때 투입되지 않으면 대부분 작물의 생산량이 최대 절반가량 줄 것”이라며 “특히 벼농사를 짓는 농가에서 가장 심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역 대리점 점주의 설명도 농민들과 다르지 않다.
안동에서 비료 대리점을 운영하는 정승지 지점장은 “국내 중소 비료제조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폭등 등으로 요소비료 생산을 중단하고 있다. 공장 전체 중단까지는 아니지만 복합비료 위주로 요소 투입량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긴 어렵지만 요소는 사실상 바닥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한편, 주무부처인 농림부는 9일 박영범 차관 주재로 비료 수급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 농림부는 사재기 현상이 나타날 것을 우려해 구체적인 재고 현황을 공개하는 것에는 신중한 입장이지만 비료 수요가 영농철(3∼5월)에 집중되는 만큼, 당장은 수요가 제한적이며 기존 재고로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피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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