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맞지 않는 보상 반대” <br/> 주민들, 소음 측정 방식<br/> 보상금 지급 기준 등 불만
군공항 및 사격장 소음에 따른 피해 보상 산정과 관련해 지역민들의 불만이 결국 폭발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군공항 소음피해보상 기준의 불합리성이 지적됐던 만큼 국방부의 발빠른 대처가 요구된다.
10일 오후 2시 포항 오천읍민복지회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군비행장 및 군사격장 주변지역 소음영향도 조사결과안에 대한 국방부의 대면설명회가 1시간에 가까운 지연 끝에 결국 무산됐다. 이를 두고 국방부의 안이한 대처와 행정편의주의가 사태를 더욱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19년 10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군용 비행장·군 사격장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군소음보상법)’은 이듬해인 2020년 11월 시행령을 마련해 보상기준과 보상금액 등 세부적인 사항을 규정했다.
시행령에 따르면 국방부는 군용비행장 및 군사격장 주변지역에 대한 소음측정을 통한 소음영향도 조사 후 소음대책지역을 지정해 주민에게 일정기준에 따라 소음피해 보상을 해야 한다. 이에 전국적으로 관련 지역은 오는 2022년 첫 보상을 받게 되는데, 보상금 수준은 가장 소음피해가 극심하다고 인정된 지역인 제1종 구역이라고 쳐도 최대 월 6만원 수준으로 그리 크진 않다.
포항의 경우는 최근 헬기사격 소음피해 등의 문제로 국민권익위원회까지 나서서 중재를 했던 남구 장기면 ‘수성사격장’을 비롯해 장기면 ‘정천사격장’과 북구 흥해읍 ‘칠포대공사격장’까지 3곳의 사격장, 오천읍·동해면·청림동·제철동 4곳의 행정구역에 걸쳐있는 K3포항비행장 1곳까지 총 4곳이 해당된다.
소음 발생 군시설이 다수의 행정구역에 분산돼 있는 만큼, 이날 열린 설명회에도 각 읍면동에서 찾아온 주민들이 각기 의견을 쏟아냈다. 특히, 설명회 참석여부을 두고 주민들 사이에서 찬반이 엇갈리며 고성이 오갔고, 1시간에 가까운 논의 끝에도 결국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설명회는 파행을 맞았다.
이 자리에서 한 주민은 “청림동에서 76년을 살면서 소음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해 왔는데, 어떤 기준인지 몰라도 담벼락 하나를 두고 이웃끼리 보상이 갈려 싸움만 생겼다”면서 “소음을 발생시키는 군 시설을 주거지역에서 이전시키면 되는데 왜 이렇게 분란만 일으키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국방부의 성의 없어 보이는 태도도 주민들의 화를 부추겼다. 국방부에서 개최한 설명회였음에도 국방부 관계자는 1명만이 참석했고, 주민들의 불만에 대한 대응은 소음 측정을 맡은 업체 관계자에게 미루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포항시가 중재에 나섰으나, 이마저도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포항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입장을 이해해 설명회를 추후 주민들이 수긍할 만한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고려해달라”고 권고했으나 국방부 관계자는 “추가 설명회 개최 등 일정조율은 어렵다. 12월 결정 고시되는 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상황이 이렇자 결국 일부 주민들은 추가적인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흥해읍의 한 주민은 “국방부가 이렇듯 주민들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당장 12월부터 사격을 물리적으로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주민설명회 무산은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라는 평도 나온다. 군소음보상법 자체가 △민간공항 소음영향도 기준보다 높은 소음측정 기준을 적용했다는 점 △주로 고정익항공기를 대상으로 측정하는 웨클(WECPNL)을 사용해 헬기 등 회전익항공기에 대한 소음측정이 부적합하다는 점 △소음대책지역 경계 기준을 행정구역이 아닌 건축물로 정했다는 점 등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