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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인하에도 꿈쩍 않는 기름값, 왜?

피현진기자
등록일 2021-12-06 20:00 게재일 2021-12-0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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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들  인하 전에 사들인 기름<br/>소진시기 달라 적용시기 제각각<br/>도내 가격차이 최대 325원까지

정부가 지난달 12일부터 휘발유 등 유류세를 20% 인하한지 1개월 가까이 지나고 있지만 인하분 적용 시기가 주유소마다 달라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6일 현재 경북지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천660.27원으로 나타났다. 도내에서 기름값이 제일 비싼 곳은 포항의 한 주유소로 리터당 1천899원이었으며, 제일 싼 곳은 경주의 한 주유소로 리터당 1천574원이었다. 두 곳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325원이나 차이가 났다.

이는 정부의 유류세 인하분 적용 시기가 주유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유류세가 인하됐더라도 소비자 가격은 개별 주유소가 결정하는데 유류세는 정유사 반출 단계에서 부과되기 때문에 세금이 인하되기 전에 반출된 기름까지 인하분을 적용하면 자영주유소의 경우 고스란히 차액이 손해로 작용해 즉각적인 인하가 어렵다. 반면 직영·알뜰 주유소의 경우 유류세 인하분을 곧바로 적용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사람들은 직영·알뜰 주유소를 찾아 평소 출퇴근 시 갈일이 잘 없던 고속도로를 일부러 찾기도 한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주유소는 대부분 알뜰주유소이기 때문이다.

자가용을 이용해 의성에서 안동으로 출퇴근하는 한 시민은 “평소에는 주로 국도를 이용하고 있으나 차량 주유를 위해 일부러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평소 이용하던 주유소와 70원가까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밝혔다.

일반 주유소 업주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일반 주유소의 경우 통상적으로 최대 2주 분량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고 계산했을 때 가격 하락에 1∼2주 정도 시차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직영·알뜰 주유소에서 유류세 인하가 즉각 반영하면서 일반주유소를 찾는 사람이 줄어드니 소진되는 시기도 그만큼 늦어지고, 그러다 보니 내리지 않은 기름값을 본 손님들은 발길을 돌리는 악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안동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지금 재고가 남아있어 모두 소비하기 전까진 기름값을 내리기 어렵다”며 “주유를 위해 찾은 손님들도 비싼 기름값에 ‘언제 내리냐’고 물어보시고 일부는 발길을 돌리거나 원래 계획했던 양보다 적게 넣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일부 주유소는 손해를 보면서 가격을 인하했다. 안동의 다른 주유소 업주는 “이 곳은 주유소들이 몰려 있는 곳이라 다른 곳에서 가격을 내리면 따라 내리지 않을 수 없다”며 “유류세 인하 전 들여놓은 기름이 남아 있었지만 손해를 감수하면서 가격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유류세 인하효과의 신속 반영 추진을 위해 시장점검반을 가동, 유류세 인하 반영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담합과 불공정 행위가 적발되면 즉시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장기적으로는 알뜰주유소 전환 확대 유도를 위해 일부 도심 내 1km 이격거리 조건을 완화할 예정이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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