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령층 QR코드 이해 못해<br/> 도내 농어촌 등 ‘남의 나라 일’<br/>“행정 처분 위한 조치냐” 반발<br/> 영세 식당도 단말기 부담에<br/> 스티커증명 자체 몰라 혼란
“우리는 나이도 많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단속도 한다고 하는데 나한테 좀 알려줘.”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해 도입된 방역패스가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농어촌지역 어르신들을 고의적으로 ‘패스’시켰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더욱이 방역패스 먹통 대혼란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어 정부의 ‘위드 코로나’시행에 따른 준비가 부족했다는 비난이 거세다.
전자출입명부(QR코드)를 이용한 접종증명서나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을 증명해야 식당이나 카페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방역패스가 지난 13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방역패스나 코로나19 음성확인서 등을 확인받지 않고 식당·카페 등에 입장한 이용자는 10만원의 과태료를, 확인하지 않고 입장시킨 업소 운영자는 150만원의 과태료와 10일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고령화가 심각한 경북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남의 나라 일’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에 능숙하지 못한 고령층은 방역패스를 만들고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고 오히려 불편한 일이 되고 있다. 또한, 방역패스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태블릿PC나 휴대전화 공기계 등이 있어야 하지만 없는 경우 이를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 것도 농어촌 지역 업주들에게 큰 부담이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매출도 줄었는데 방역패스 단말기 구비와 손님들이 제대로 체크하는지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주로 고령자 1인이 운영하는 영세한 식당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13일 점심 시간 경북도청이 있는 안동시 풍천면에서 식당 영업을 하고있는 A(55)씨는 “방역패스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도 점심 시간 식당에 손님들이 몰릴 것이라는 사실은 알 것”이라며 “이번 방역패스 적용 정책은 위반에 따른 과태료 부과와 행정처분 조치를 위한 정책일 뿐”이라고 반발했다.
같은 날 저녁 시간 의성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70)씨는 “손님들이 먼저 방역패스를 어디서 해야 하는지 묻는데 그게 뭔지도 모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군에서 우리처럼 나이 많은 업주들에게 가르쳐 준다거나 기계를 지원해주는 것도 아니고 이런 상황인데 단속이라도 나오면 과태료까지 내야 된다니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고령의 손님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다보니 휴대전화(스마트폰)로 증명하는 방법 자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주민센터를 찾으면 신분증 등에 방역패스 스티커(QR코드)를 부착해 주는데 이 또한 모르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인 또는 고령층이 운영하는 식당의 경우 방역패스를 확인하지 않는 곳도 많다. 모두 단속 대상이다. 하지만 이들 업주들에게는 다행히도 이날 방역패스 시스템 과부화로 방역패스 적용이 되지 않으면서 단속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농어촌 지역 어르신들은 앞으로 시스템이 정상화되면 과태료 처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크게 불안해 하고 있다.
한편, ‘방역패스’ 단속 둘째 날인 14일에도 방역패스 일부 QR코드가 먹통이 되면서 전국의 식당과 카페 등지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이날 오전 11시 40분께부터 네이버앱은 ‘QR체크인’을 누르면 ‘데이터를 불러오지 못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며 전날에 이어 방역패스 먹통 사태가 전국에서 재현됐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참고자료를 내고 “야간에 서버 긴급증설 작업 및 서비스 최적화 작업을 수행했으며, 보다 원활하게 (전자예방접종증명서) 발급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전날 접속 장애 원인과 관련해 “접속량 폭증에 따라 과부하가 발생했고, 실시간 대량 인증처리 장애 등 과부하 문제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기존 방역패스 사용량을 토대로 서버를 증설했지만, 계도기간 종료와 함께 접속량이 폭증하면서 (증명서) 발급이 원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부터 방역패스를 이용할 국민께서는 편한 시간대에 네이버·카카오 등에서 최초 예방접종증명을 미리 발급받으면 점심·저녁시간대에도 원활한 이용이 가능하다”고 당부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