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연조리 고분군 발굴 조사서<br/>옛 무덤으로 알려진 1호분 확인<br/>내방외원 형태 토석 제단으로<br/>대가야 국가제사 실체 밝힐 계기
문화재청은 지난 7월부터 ‘고령 연조리 고분군’ 1·2호분 발굴조사를 벌인 결과, 기존에 옛 무덤으로 알려진 1호분이 대가야의 제의시설임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시설은 외곽에 돌을 쌓고 안쪽에는 흙을 채워 만든 토석제단(土石祭壇) 구조로 아랫단은 원형, 윗단은 정사각형의 모양이다. 남아있는 시설의 규모는 지름 10m, 높이 1∼1.4m 정도다.
내방외원(內方外圓) 형태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우주관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출토 유물로 미뤄 6세기 전반에 조성됐을 것으로 추정되나, 신라 병합 후 제의시설로서의 기능이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박현정 대동문화재연구원 조사원은 “남쪽의 토석제단이 파괴되고, 그 자리에 6세기 후반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석실(무덤)이 있는 것으로 보아 대가야가 신라에 병합된 후 제의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가야가 국가적으로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은 현재 남아있지 않다. 그러나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는 국가 제사를 지냈으며, 신라 때 조성된 비(碑)에 거대 행사에 소를 잡아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남아있어 대가야에서도 유사한 제사가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 문화재청 측의 설명이다.
또 북쪽 기단부에서는 사각의 구덩이 1기도 확인됐다. 내부에는 목탄과 소토(태운 흙)를 포함한 점토가 채워져 있었다. 목탄을 방사성탄소연대로 측정한 결과 기원후 400∼440년경으로 분석됐다. 이 구덩이는 토석제단을 설치하기 전,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 제의시설일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상태가 양호한 편은 아니지만 대가야를 포함한 가야문화권에서 처음 확인된 제의시설로 문헌에 기록되지 않은 대가야국의 국가제사의 존재를 실증적으로 증명해 주는 중요자료”라며 “대가야 왕도의 중심고분군인 고령 지산동 고분군과 관련된 제사시설로 추정되는 지점도 확인돼, 대가야 국가제사의 실체를 밝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16일 현장공개 설명회에서는 전문가와 지역민들에게 제의시설에 대한 유적과 출토된 유물을 전시하고 설명할 예정이다.
고령/전병휴기자 kr5853@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