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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9시… 상인들 또 ‘눈앞 캄캄’

김재욱·이시라기자
등록일 2021-12-19 20:27 게재일 2021-12-2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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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겹친 새 거리두기 첫 주말 대구·경북 도심마다 개점휴업<br/>업자들 “8시 폐점 준비” 불만… 연말연시 특수 날아가 한숨만
일상회복을 멈추고 방역단계가 강화되면서 야간영업시간 제한이 시행된 첫날인 18일 오후 9시 30분께 포항시 남구 상대동 젊음의 거리가 다시 어둠에 묻혀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경제 회복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예상했던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오히려 경기에 타격을 주는 ‘부메랑’이 됐다. 정부는 최근 일일 확진자 수가 7천여명을 웃돌며 연일 최다치를 갱신하자 ‘위드 코로나’를 전면 철회하고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내세우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잡기에 나섰다. 코로나19 대유행을 잡기 위해 모임 인원과 영업시간을 줄이고 방역패스까지 도입한 이른바 ‘3중 빗장 방역’이 시작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가 시행된 첫 주말 동안 대구와 경북도내 주요 도시의 중심상가는 대부분 관광객과 시도민들의 발걸음이 끊어져 한산한 모습을 보였고, 개점휴업 상황에 놓인 상가들의 한숨소리만 가득했다.


지난 18일 오후 9시께 포항의 대표 번화가인 영일대해수욕장과 쌍용사거리는 인적이 끊겨 적막감만 맴돌았다.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다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한파까지 더해지며 시민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골목을 환하게 밝히던 간판 불빛은 대부분 꺼져 있었고, 거리마다 흘러나오던 경쾌한 캐럴 음악 소리도 모두 멈춰버렸다. 연말연시를 맞아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잔을 기울이던 젊은이들의 모습은 전부 사라졌다. 거리에는 배달 오토바이만 분주하게 움직일 뿐이었다.


포항시민 김모(30)씨는 “몇 주 전부터 친한 친구 5∼6명이 모여 송년회를 하려고 약속을 했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다시 격상되면서 인원제한에 영업시간 제한까지 생겨 모임을 아예 취소해 버렸다”며 “이번 달 들어서 포항도 일일 확진자 수가 계속 20∼50명 사이에 있어서 밖에서 음식을 먹는다는 자체가 부담스러웠는데, 차라리 약속을 미루고 내년에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다시 약속을 다시 잡기로 했다”고 전했다.


자영업자들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사라진 연말 특수 소식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회복을 위해 진행한 ‘위드 코로나’가 오히려 ‘독’이 되어 발목을 잡게 되자, 연말연시 사회 분위기는 꽁꽁 얼어 버렸다. 특히 상인들은 9시 영업시간 제한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시 수성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61·여)씨는 “왜 꼭 오후 9시로 영업시간을 제한하는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손님들의 경우 9시와 10시, 즉 1시간가량 시간 차이의 체감이 매우 커서 손님이 급격히 줄어들고 예약도 취소되는 상황”이라며 “9시 제한은 식당에 있어서는 8시께 되면 문 닫을 준비를 하라는 의미고, 수도권과 지방이 다른 점도 정부는 이해하고 방역 강화를 해야 하는데 동일하게 규제를 하는 건 자영업자 보고 죽으라는 뜻과 마찬가지다”고 지적했다.


포항시 북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최모(55·두호동)씨도 “연말 특수를 기대하고 직원을 한 명 뽑았는데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되면서 장사를 제대로 할 수 없어 인건비를 어떻게 감당해야 모르겠다”며 “은행에 빚을 내서 겨우겨우 지금까지 버텨왔는데, 이제는 정말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며 울먹였다.


대구시 달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50)씨는 “코로나 확산을 막는다며 2년째 자영업자들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 답답하다”며 “자영업자들에게 마지막 희망이었던 연말 연초 특수까지 막혀 버렸으니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일부 자영업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밤 영업하는 사람들만 죽이려는 것이냐”고 호소하기도 했다. 주점을 운영한다는 자영업자는 국민청원 게시글에서 “제가 술집을 한 것이 잘못이냐. 2년 가까이 정신과 다니며 약을 먹고 있다. 만석 버스와 지하철은 통제도안 하면서 왜 엄한 밤 영업하는 자영업자만 죽이느냐”고 썼다.


/김재욱·이시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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