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사납금 없앤 ‘쿱택시’ 결국 파산

김재욱·이시라기자
등록일 2022-01-04 20:27 게재일 2022-01-05 4면
스크랩버튼
국내 첫 택시협동조합으로 주목<br/>운영진·조합원 갈등 경영난 가중<br/>대구·경북서도 총 1천441대 운행<br/>대출 받아 출자금 낸 기사들 한숨<br/>3월 채권자 집회, 영업여부 결정

국내 첫 택시협동조합인 ‘쿱택시(Coop-Taxi)’를 운영해 온 한국택시협동조합이 경영악화로 끝내 파산하면서 대구·경북지역 택시업계에도 큰 파장이 일 전망이다.

서울회생법원 법인파산15부(부장판사 이동식)는 최근 한국택시협동조합에 대해 파산 선고 결정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조합의 재산으로 모든 채무를 변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오는 2월 25일까지 채권 신고를 받고, 3월 24일 채권자 집회와 채권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채권자집회에서는 한국택시협동조합이 영업을 폐지할지 또는 계속할지 등에 관한 결의가 이뤄질 수 있다.


4일 지역 택시업계에 따르면 ‘쿱택시’는 지난 2015년 7월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와 경북(포항, 경주, 구미), 광주 등 전국에 설립됐다. ‘쿱택시’는 한국택시협동조합에 운전기사들이 2천여만원의 출자금을 낸 뒤 조합원이 되면, 조합의 수익을 배당으로 나눠 갖는 구조다. 특히 택시운전사의 가장 큰 고충이었던 사납금을 폐지해 운전사 고용환경 개선의 혁신모델로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택시기사인 조합원들은 매달 기본급 150만원 가량을 받고 사납금 대신 하루 운행수입 가운데 10만원을 기준금 명목으로 조합에 내게 된다. 조합은 이 돈으로 조합 운영비와 차 유지비, 보험료, 세금 등으로 사용하고 남은 돈은 조합원들에게 배당금으로 나눈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쿱택시’는 지난 2017년 말부터 국회의원 출신인 박계동 전 이사장을 비롯한 운영진과 조합원 간의 갈등이 불거졌다.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박 전 이사장이 측근을 기용하는 등 독단적인 경영을 하고, 조합원 동의 없이 출자금을 임의로 대여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박 전 이사장은 2018년 임시총회에서 조합원 159명 중 과반인 85명의 찬성으로 해임됐다.


이후에도 갈등이 끊이지 않았고, 택시의 운행은 줄어들고 조합원 이탈도 점점 심해졌다. 초기 97%에 달했던 운영률은 현재 50%대로 절반 가까이 ‘뚝’ 떨어진 상태다.


사납금 없는 착한 택시라는 창립 이념 아래 야심 차게 출범한 ‘서울 마포법인쿱택시’는 설립 6여 년 만에 경영진과 조합원들 간의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결국 파산 수순을 밟게 됐다.


그로 인해 대구·경북지역에 있는 4개의 독립법인 ‘쿱택시’ 업체에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도와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에서 ‘쿱택시’에 가입한 택시의 수는 대구 1천264대, 경북 177대 등 총 1천441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지역의 경우 등록된 전체 택시의 약 22%를 차지하며 포항, 구미, 경주 등 3곳은 포항 1.4%, 구미 4.3%, 경주 4.9%가 ‘쿱택시’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포항시지부 관계자는 “쿱택시가 강점으로 내세우던 ‘공동분배’라는 의미를 다르게 해석하면 이는 곧 회원들이 모두가 공동 책임을 지는 것과 같다”며 “쿱택시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 초기 가입자는 이미 탈퇴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고, 조합에 가입하기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출자금을 낸 기사들은 빚더미만 떠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경북도 관계자는 “현재 지역에 있는 쿱택시가 모두 정상운행 중이다”며 “서울 마포법인 쿱택시와 지방에 있는 쿱택시는 각각의 독립법인으로 가입돼 있어, 지방에 있는 쿱택시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욱·이시라기자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