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인터넷뱅킹 확대 이유<br/>4년간 대구·경북 70여곳 사라져<br/>디지털 취약계층 불편 이만저만<br/>“노인 친화 금융환경 마련돼야”
“집 앞에 있던 은행이 사라지니까 너무 불편해요.”
최근 시중은행들이 이용객 감소와 디지털화의 명목으로 점포 수를 급속도로 줄여나가고 있는 가운데 노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서비스 이용 접근성 문제가 과제로 떠올랐다.
9일 오전 9시께 포항시 북구 장성동에 위치한 한 은행에는 이른 아침부터 은행 업무를 보러 온 고객들이 대기표를 뽑아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객 10명 가운데 8명은 65세 이상의 고령자였다.
이들의 방문 목적은 주로 송금·출금·세금 납부 등으로 인터넷 뱅킹으로 할 수 있는 단순 업무였다.
인근에 위치한 지능형자동화기기(STM) 앞에서는 70대 여성이 기기 사용 방법을 몰라 10여분 동안을 혼자서 씨름하고 있었다. 지능형자동화기기는 그의 속도 모른 채 “원하시는 업무의 내용을 누르시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이날 이곳에서 만난 포항시민 이정숙(78·여·북구 장성동)씨는 “포항사랑카드 발급 버튼을 아무리 눌러봐도 화면이 바뀌지 않아서 그냥 포기하고 나왔다”며 “노인들이 혼자서 기계를 이용해 은행 업무를 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9일 금융감독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대구·경북에 있는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과 지역 은행인 DGB대구은행 71곳이 통·폐합 돼 사라졌다.
지난 2018년 모두 542곳이었던 이들 은행은 2019년 537곳, 2020년 504곳, 2021년 471곳으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었다.
은행별 점포 폐쇄 현황을 살펴보면 대구은행이 26곳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국민은행이 22곳,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10곳, 하나은행이 3곳 순이다.
시중은행들이 점포수를 급속히 줄여가고 있는 이유는 모바일 및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은행이 대규모 신도시 개발지역과 신흥 상권 등 상대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영업점을 집중시키는 효율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동네마다 있었던 은행 점포들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다.
지역에 있는 은행 점포 수가 계속 줄어들면서 모바일 뱅킹 등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의 불편은 커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전문가들은 은행이 사업성뿐만 아니라 공공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방안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민희 동국대 경주캠퍼스 경영학부 교수는 “모바일·인터넷뱅킹 등을 이용하기 어려운 금융취약계층을 위해서는 접근 가능한 최소한의 점포라도 운영되어야 한다”며 “은행 점포 수가 줄어들면 보편적 서비스제공 측면에서 그에 따른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민지기자 mangch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