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함 없애고 군신간 ‘의’ 상징<br/>이상선 장인 18일 40자루 제작<br/>과거 두 번 이어 12년 만에 재현
조선 왕실 명검 ‘사인검(四寅劍)’이 12년 만에 문경에서 재탄생한다.
10일 문경시에 따르면 특정 시기에만 제작된다는 조선 왕실의 신령한 위력을 담은 ‘사인검’이 문경소재 고려왕검연구소 이상선 장인에 의해 오는 18일 그 모습을 드러낸다.
조선의 대표적 도검인 인검(寅劍)은 호랑이를 상징하는 인(寅)자가 들어간 때에 제작된 주술적 목적의 벽사용 칼이다. 인(寅)은 사악함을 물리치는 양기를 뜻함과 동시에 군신간의 도리인 의(義)를 나타낸다.
이 때문에 인검은 조선 왕실에서 특정한 시기에 특별히 선정된 장인에 의해서만 제작됐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우리 민족만의 특별한 칼이다. 사인검은 호랑이해(寅年), 호랑이달(寅月), 호랑이날(寅日), 호랑이시(寅時), 즉 ‘인’자가 네 번 겹치는 때에 만드는 칼이다.
사악한 기운을 물리친다고 해서 조선 시대 왕실 안녕과 군신 의리를 다지는 용도로 제작해 왕과 공신들만 소장할 수 있었다.
이상선 장인은 오는 18일 즉 임인년(壬寅年), 음력 정월(寅月), 18일(寅日), 인시(寅時, 오전 3∼5시)에 40자루의 사인검을 제작할 예정이다.
그는 24년 전인 1998년 처음으로 30자루, 12년 전인 2010년에도 45자루의 사인검을 제작했다.
이날 제작되는 사인검은 단조와 연마를 거친 검신을 인시에 타오르는 불속에 넣어 달군 뒤 물에 식혀 날을 단단하게 만드는 담금질 작업을 거친다.
별자리 28수를 새기는 작업과 칼집 제작 등을 거쳐 완성한다.
고려왕검연구소는 사인검, 사진검(司辰劍)을 복원하는 등 전통 도검 기술을 재현해 전통의 맥을 잇고 있다.
이상식 장인은 2007년 고용노동부 전통야철 도검 부문 기능전승자로, 2018년 경북도 금속공예 최고장인으로 선정됐다.
전주 이씨 양녕대군파 18대손인 이상식 장인은 “열여섯 살 때 영친왕 제사에 갔다가 처음 사인검을 보고서 (칼에) 미치게 됐다”고 전통 칼 제작에 뛰어든 계기를 밝혔다.
문경/강남진기자 75kangn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