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 가뭄에 농작물·산불 등<br/>피해 잇따라… 긴급 대책 절실
극심한 기후 변화로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가뭄이 지속되면서 농작물 피해와 산불 등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산불로 인한 2차 피해까지 눈덩이처럼 쌓여가고 있다.
3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2월 2개월 간 대구·경북의 평균 강수량은 5㎜로 같은 기간 평년값의 7.6%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강수량도 6.1㎜로 평년값의 10분의 1 수준으로 집계됐다.
최근 30년 간 겨울철 강수량(해당 연도 12월∼익년 2월)이 가장 적었던 1998년(41.9㎜)에 내린 비의 3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양이다. 최근 3년 간 겨울철 강수량과 비교해서도 매우 적다.
2020년에는 47.8㎜의 비가 내렸고, 2019년 168.8㎜(역대 1위), 2018년 68.7㎜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렇듯 올 겨울 유독 눈이나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크고 작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마늘과 양파 주산지인 영천, 의성, 고령, 김천 등이 가뭄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양파 주산지인 고령에서는 가뭄을 견디지 못해 3∼10%씩 말라죽은 것으로 나타나 지난해 피해 수치인 1.3% 보다 3∼7배를 웃도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북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마늘의 경우 현재 피해가 심각한 상태까지 접어들지는 않았지만 겨울철 종자를 덮은 부직포를 걷어낸 뒤에도 비가 오지 않으면 성정 저하로 인해 엄청난 수확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산불도 심각한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발생한 산불은 총 224건으로 최근 10년 평균(예년값)인 90건의 약 2.5배에 달했다. 특히 경북에서 산불이 급증해 올해 총 45건(2월 28일 기준)의 산불이 발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건 많은 수준이며, 대형 산불의 발생도 늘어 영덕과 고령 등지에서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최고단계인 ‘심각’, 산불동원령 ‘3단계’의 대형 산불이 연이어 발생했다.
올해 경북에서 산불로 인해 1천100ha 이상의 산림이 불타 없어졌으며, 이를 복구하는데 천문학적인 금액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됐다.
산불로 송이, 산나물 등 산에서 채취하던 작물에 대한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15일 발생한 영덕 산불의 경우 산림 피해 외에도 앞으로 송이 등을 채취하지 못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송이 산주의 경우 매년 가을에 송이 채취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있지만, 농작물 재배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어서 산불로 인한 피해 보상은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피해는 여기에 산림이 복구될 때 까지 30년 이상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지만 기상청 예보를 살펴보면 경북지역에는 당분간 비소식이 전혀 없다. 산속은 계곡까지 말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가뭄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많은 양의 봄비가 필요하다.
산림청 관계자는 “이대로면 3월 초부터 5월 중순까지 3개월간 산불특별경계태세가 이어질 수도 있다”며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판”이라고 밝혔다. /피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