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 파격조건 내걸어도 배달원 구하기 어려워 생계 위협<br/>배달원들 고용·근무환경 좋은 대행업체로 대거 이동… 쏠림 심각
최근 영세자영업자들이 배달직원을 구하지 못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배달 음식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배달의 민족, 쿠팡과 같은 대형 배달앱을 중심으로 배달원 쏠림 현상이 심각한 가운데 자영업자들은 신규 배달 직원을 고용하지 못해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에는 34만9천명이었던 배달원은 2020년 39만여명, 2021년 상반기에는 42만3천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배달인력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 대다수가 높은 임금과 유동적 근무환경 등이 보장되는 배달대행플랫폼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실제로 일선 자영업자들은 “배달원을 구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며 입을 모았다.
이날 포항지역의 대표 구인·구직 사이트인 A소식지에 들어가 ‘운전·배달 카테고리’를 살펴보니 최소 월 급여 200만원부터 최대 800만원까지 배달원을 구하는 채용 글 62건이 게재돼 있었다.
이들 업종은 중국집, 치킨집 등 고정적으로 배달 직원이 필요한 곳이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자영업자들이 임금을 추가로 올리고 ‘시간·요일·급여 협의 가능’등 각종 복지 혜택, 경력 무관 등의 파격 조건을 내걸며 배달원 모셔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포항시 남구 연일읍에서 도시락 배달과 식당을 운영 중인 하애경(65·여)씨는 배달직원 의존율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주문이 많이 몰리는 점심시간에만 직원을 구하기로 했다.
그는 지난 2월 25일 A소식지에 ‘배달하실 분 구함’이라는 구인 글을 올렸지만, 최근까지 마땅한 인력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씨는 “가게를 유지하고 월급을 챙겨주기 위해서는 배달을 해야 하는데 배달원 구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진다”며 “코로나 전에 구인 글을 올리면 하루에 열 통 오던 전화가 지금은 열흘에 한 번 오는 수준이다”고 토로했다.
포항에서 떡집을 운영하다 1년 전 주꾸미 배달 전문점으로 업종을 바꾼 오태경(52·여·남구 대이동)씨도 비싼 배달료가 부담스러워 직고용 배달원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해 ‘울며 겨자 먹기’로 또다시 배달 대행업체를 이용하고 있다.
오씨는 “서너 달 동안 배달직원을 구한다고 했지만, 지원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우리 가게는 배달 매출이 100%인 만큼 배달인력이 중요한데 매번 대행업체에 맡기는 게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반면 배달원들은 배달 대행업체로 인력이 몰리는 현상이 시장경제 논리로 이해득실을 따질 경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반응이다.
경주에서 플랫폼 배달원으로 일하는 김모(20)씨는 “퀵서비스 배달을 하면 식당 소속 직원으로 일하는 것보다 일 평균 4만∼5만원은 더 벌 수 있어 함께 일하며 알고 지내던 배달 직원 대부분이 배달대행업체로 옮겼다”며 “업체를 통한 퀵 배달은 유동적으로 시간을 쪼개 일 할 수 있어 비교적 자유롭고, 고정 일당이 아니어서 일한 만큼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도 큰 메리트”라고 밝혔다.
/김민지기자 mangch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