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책 속에 담긴 ‘포항 소상공인들의 이야기’

김민지기자
등록일 2022-03-24 20:39 게재일 2022-03-25 6면
스크랩버튼
이웃 사람 포항사람인 발행인 ‘오질빼이’ 김도건 씨<br/> 소상공인 사업장 홍보 팸플릿<br/>‘포항 사람인’ 작년 7월 첫 발행<br/> 67곳의 인생사 생생하게 담아

코로나19 장기화로 고사 위기에 놓인 소상공인. 이들을 위해 포항지역 곳곳을 찾아다니며 대가없이 홍보를 해주는 사람이 나타났다.

화제의 주인공인 ‘오질빼이’ 김도건(44·사진)씨를 지난 23일 만나 왜 그런 봉사를 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질빼이’라는 별명이 인상깊다


△‘오지랖이 넓다’의 경상도 방언인 ‘오질없다’는 말에서 따온 거다. 돈 안 되는 일을 한다는 소리를 주변 지인들에게 자주 들었다. ‘포항 사람인’ 발행 전에 가족과 지인들의 만류가 이어졌지만, 어느덧 5호까지 책을 출간했다. 이제는 사장님들이 앞다투어 나를 “오질빼이 왔다”라며 반겨주신다.


-‘포항 사람인’은 어떤 책인가


△‘포항 사람인’은 맛집 소개 책자가 아닌 그저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지역 소상공인의 업장을 소개해 주는 팸플릿이다. 대리운전 명함을 나눠주러 업소를 돌아다녀 봤는데, 코로나 이전에도 어려웠던 시장이 코로나 이후로는 완전히 무너져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저 역시 중국집을 열었다가 실패했던 경험이 있어, 가게 유지를 위해 애쓰는 사장님들의 노력이 자꾸 눈에 밟혔다. 결정적으로 “니가 잘하는 글 쓰고 사진 찍는 걸로 홍보 책자 한 번 내보는 게 어떻냐”는 지인의 제안이 계기가 됐다. 고민 끝에 지난해 7월 2일 ‘포항 사람인 1호’를 발행했고, 지금까지 67곳의 영업장을 돌아다니며 그곳을 운영하는 사람 이야기를 담았다.


-­개인이 책을 내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취재부터 인쇄, 책자 나눔까지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다. 처음에는 경계하는 분들이 많았다. 명함을 내밀면 보지도 않고 짜증부터 내기도 하고 휴대전화로 내부 사진을 찍으니 어느 기관에서 위생 검수를 나오신 줄 알고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힘들게 펴낸 책자를 전달하러 가면 퉁명스럽게 “우리는 필요 없으니 하나만 두고 가라”는 분도 계셨다.


인쇄소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인쇄소마다 가격은 천차만별이었고 사비로 하는 일이다 보니 인쇄비 부담이 적지 않았다. 주변에서 후원금 명목으로 조금씩 보태주긴 하지만 책 발간 호수가 늘어날수록 혼자 감당하기 벅찬 수준이 다가오는 것 같다.


김도건씨가 발행한 ‘포항 사람인’ 책자.   /김민지기자 
김도건씨가 발행한 ‘포항 사람인’ 책자.   /김민지기자

-‘포항 사람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사람’이다. 이 모든 것이 사람을 위해 하는 일이 아닌가.


1호지에 실렸던 포항시 북구 용흥동 ‘국수방’사장님과의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이곳은 원형 테이블 하나만 두고 장사하는 곳이었다. 이 집을 소개한 뒤 다음번에 찾아갔을 땐 사장님이 한달음에 나오셨다. 그는 “손님이 늘어 테이블을 더 뒀다”고 했다. 사장님이 국수 해줄테니 먹고가라며 한사코 거절하는 저를 붙잡아 한그릇 대접해주셨다. 이렇게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이웃들이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 할 수 있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치지만 않는다면 ‘포항 사람인’을 계속 펴낼 생각이다. ‘포항 사람인’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 경주, 안동을 넘어 ‘영남 사람인’까지 만들어 가고 싶다. 포항시와 지역민들 모두 관심있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민지기자 mangchi@kbmaeil.com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