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불출마 선언 배경은<br/> 3선 의욕 보이다 갑자기 기권<br/> 현상황서 출마 무리 생각한 듯<br/> 낙마 땐 재기불능 판단도 한몫<br/>“차기, 尹과 호흡 맞춰야” 언급<br/> 김상훈·윤재옥·주호영 염두에
권영진 대구시장이 30일 시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후보들이 넘쳐나는 대구시장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권 시장은 29일 서울에서 국민의힘 대구지역 국회의원들과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후 불출마 결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 지도부와 지역 국회의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과 3선 출마에 대한 의견을 나눈 뒤 자신의 참모들에게 불출마 사실을 알렸고, 30일 기자회견에서 이를 밝혔다.
권 시장의 3선 도전 포기는 다소 의외다. 그동안 3선 도전 의지를 강하게 보여왔고, 최근까지 수성구에 두 곳의 선거사무실과 후원회사무실을 마련하는 등 대구시장 선거 출마를 준비해왔다. 캠프도 꾸리고 참모진도 재정비하던 중 갑자기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이다. 최근엔 자신이 윤석열 당선인과 ‘깐부’라며 새 정부와 호흡을 맞춰 지역 발전을 이끌 적임자가 바로 본인이라고 내세우기까지 했었다.
그는 불출마 사유를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바닥을 헤매는 지지율이 큰 부담이 된 듯하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10%대 초반을 기록하는 등 현직 프리미엄을 전혀 누리지 못했다. 심지어 홍준표 의원과 30% 이상 차이가 나고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이어 3위에 그치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이중 페널티 논란이 일었던 감점 규정을 ‘최대 페널티 10%’로 조정한 것도 권 시장의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건강 문제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20년 11월 위암 수술을 받았다. 최근 주위에서 수술 후유증으로 식사가 어렵다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가족들이 출마를 만류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또 하나, 대구시장 출마를 강행했다가 경선에 패하거나 낙선할 경우 국회의원 등 다른 정치 행로 모색이 어려워지는 등 정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한때 대권 도전의 큰 꿈까지 품었던 권 시장으로서는 재기불능의 타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불출마 후 쉬면서 잃은 건강도 되찾고 심신을 추스려 2년 뒤 22대 총선에 출마, 재기를 노릴 전망이다.
이 같은 사정으로 권 시장에게 불출마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권 시장의 3선 출마 포기에 따라 역대 민선 대구시장이 모두 3선 벽을 넘지 못하는 징크스가 이번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1995년 지방자치제 출범 이후 첫 민선시장에 오른 문희갑 시장 이후 조해녕, 김범일 전 시장 등 모두 재선 후에 물러나야만 했다.
권 시장의 후임 시장에 대한 언급도 주목된다. 권 시장은 ‘새로운 사람이 대구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하고 “다음 대구시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출 수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대구 발전을 주도적으로 이끌 능력과 자질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차기 시장의 역할과 자격 요건을 제시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대구·경북(TK)이 고립되고 봉쇄돼 있어 아무 것도 못했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을 배출하는 데 큰 공을 세운 TK가 잃어버린 5년을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려면 윤석열 당선인과 코드가 맞는 인물이 절대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권 시장은 홍준표 의원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 하다. 홍 의원은 윤 당선인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또 홍 의원은 대구시장이 될 경우 차기 대선을 위한 자기 정치에 몰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권 시장은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 시장은 김재원 의원과도 선을 긋고 있다. 경북에서 정치를 시작, 서울과 최근 대구 중·남구 보선에까지 얼굴을 내미는 등 오락가락 정치 행보를 봤을 때 차기 대구시장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권 시장이 생각하는 대안은 누구일까. 3선의 김상훈(서구) 의원과 윤재옥(달서 을) 의원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본인들이 극력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5선의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주호영(수성갑) 의원을 유력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 의원은 대구시장 선거에 나설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본인의 결심 여하에 따라서는 상황이 변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권 시장의 불출마 선언에 따라 대구시장 선거가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지역 일각에서는 대구시장감으로 거론되는 인사 대부분이 대구의 보수 색깔을 덧입힐 뿐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홍석봉 정치에디터 kbmhong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