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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나무의 예언으로 공매에 참여하다

등록일 2023-01-18 19:53 게재일 2023-01-1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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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이철진 한국화가

경북매일은 계묘년 새해를 맞아 서진국 작가의 단편소설 ‘당나무의 약속, 부동산 신화’를 연재합니다. 소설 ‘당나무의 약속, 부동산 신화’ 는 1950년대 삶의 각오를 1980∼1990년대 부동산 투자로 인생 역전에 성공한 기업체 사장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격주 목요일 6회에 걸쳐 소개될 예정입니다.

 

1. 껄껄껄, 조물주 위에 건물주 있다고, 허참! 동네 입구에 목 좋은 요지 땅에 서 있는 당나무가 말했다. 귀신도 빌딩은 쳐다봐야 한다고 또 깔깔댄다. 옛날 같으면 빙의가 된 당나무 앞에서 감히 여자들이 깔깔 되다니, ‘세월 이긴 장사 없다더니….’ 하면서 당나무가 혀를 찼다. 선돌가 마을 입구에는 수백 년 된 수령을 알 수 없는 당나무가 있다. 주로 느티나무와 은행나무는 위치에 따라 당나무가 될 수 있는데, 마을입구나 신당 곁에 서 있으면 당나무가 되어 마을을 지킨다. 당나무는 그 나무에 신령이 나무를 통로로 하여 강림하거나 그 곳에 머물러 있다고 믿어지는 나무를 말한다.

단군신화에 의하면 환웅은 태백산맥 꼭대기에 있는 나무 신단수 밑에 강림하였다. 신목 신앙이 한민족의 태초부터 시작하였음을 알려준다. 고조선 이래 신목에 대한 신앙은 무와 더불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내려온다. 옛날부터 땅의 정기가 하늘과 통하는 곳에 신당을 지어 놓고 제사를 지냈다. 마을을 수호하고, 마을 주민들의 긴 삶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당나무도 결국 그가 서 있는 토지 위치에 따라 그 신분이 결정된다.

태백산맥이 동해바다에 다다라 다시 불끈 솟은 선돌가, 마을 입구 최고 요지에 서 있는 신목이 된 당나무는 마을은 물론 국가의 과거와 미래를 모두 꿰뚫고 있다. 소박맞은 여자가 이 동네를 떠날 때도 잠시나마 당나무 앞에 앉아서 눈물을 흘리고 떠났고, 나무 위에 모여 있던 학들을 총으로 쏘려 던 포수를 벼락 맞게 한 것도 그랬다. 남남쪽 월남으로 베트남전쟁에 참여하기 위하여 맹호부대를 따라 떠났던 박씨도 여기서 애인과 포옹하다 끝내 떠나고, 슬프게도 전사했다는 통지만 돌아왔다. 가난해서 목숨을 담보로 한 머구리의 슬픈 애환의 사연도 서글프다. 선돌가 당나무에는 또 다른 큰 비밀이 있었다.

선돌가에서 친구같이 자란 당나무는 김 사장과 반드시 지켜야 할 운명의 약속이 있었던 것이다. 당나무가 지금처럼 자라 신목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김 사장의 역할이었다고 당나무는 생각하고 있다. 날씨가 가물어 목이 말라 갈기갈기 말라 죽어 갈 때도 그렇고, 도로가 새로 나게 되어 당나무가 대형 포크레인에 베어 쇠톱으로 동강동강 잘릴뻔 한 것 모두가 김 사장이 목숨을 걸고 단식을 하여 우회 도로가 나게 한 것이다. 당나무는 김 사장에게 신목의 주술을 걸어 인생 역전을 할 수 있는 태수의 빙의를 씌워준다. “태수 태수 비게 태수 용마람에 대장” 지붕 위에 있는 용마람 최고 태수 대장에게 도술을 부려 달라고 맡겼다.

김 사장은 용마람 태수 대장의 신령으로, ‘당나무의 약속, 부동산 신화’라는 한편의 신의 계시를 서술한다. ‘부동산 신화’는 부동산으로, 인생역전을 이룩한 생생한 실제 체험 사례를 바탕으로 기술 한 것이다. 김 사장은 지난 밤에 당나무의 신령스러운 꿈을 꿨다. 당나무가 자기 자리를 내놓으면서 거기에 앉으라고 한 것이다. 평소에도 김 사장은 마을의 수호신인 그 당나무를 믿고 있었다. 김 사장이 A토지구획정리조합으로 아내와 함께 승용차로 가면서 생각에 잠겼다. 조합이 마련한 회의실에는 수백 명의 인파가 웅성대고 있었다. 민간 조합에서 체비지를 공개 추첨을 통하여 매각하고 있었다. 남자들보다도 여자들이 더 많아 보였다. 여기저기서 몇 명씩 모여서 수군거리고 있었으나 대부분 초조한 마음으로 간절하게 소원을 빌고 있는 것 같기도 하였다.

김 사장도 이번에 조합에서 매각하는 체비지 공매에 참여하기 위해 5일 전에 미리 입찰보증금을 입금하고 오늘 공개 추첨을 통한 매각 절차에 참여하고 있었다. 입찰방법이 감정가로 해서 입찰 통에 넣고 입찰표를 공개적으로 뽑는 방법이었다. 복불복이었다. 김 사장은 조합이 매각하는 토지 중 가장 요지 중의 요지의 두 필지에 참여했다. 먼저 한 필지에 87명이나 투찰한 토지부터 공매 절차를 진행했다. 조합에서 입찰에 참여한 사람이 너무 많아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가장 많이 참여한 필지부터 개찰했다.

서진국 작가
서진국 작가

민간이 하는 토지구획정리사업은 행정기관에서 도시계획으로 지구단위계획구역을 지정한 곳에 토지소유자들이 민간조합을 만들어 택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원칙적인 측면에서 보면 토지소유자들이 일정한 동의 형식으로 구성한 조합이 시행사이고, 조합이 직접 택지개발을 할 능력이 없으므로, 그러한 능력을 가진 건설업체 등과 계약을 체결하는데, 이를 시공사라 한다. 일반인들이 토지구획정리지구에 부동산을 투자하면, 대체로 안전하면서 발전 가능성이 가장 높은 투자의 방법 중 하나이다.

구획정리 방식의 토지의 변화는 당초 자연녹지 상태에서 도시계획으로 지구단위 계획이 지정될 때 가장 가격이 폭발적으로 뛴다. 그 후 조합이 구성되어 개발 계획이 승인되어 큰 도로망이 나오면 다시 한 번 가격 상승 요인이 생긴다. 산을 깎는 등 본격적인 사업을 할 수 있는 실시계획이 승인되면 필지별 감정을 하여 환지예정지를 지정하는데 이때가 되면 자기 토지의 위치를 알 수 있어 또 한 번 토지의 신분이 변한다. 마지막으로 사업이 완료되어 환지처분이 되면 모두 건축이 가능하고 신번지가 나와 등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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