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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위, 요지·명당의 비방을 서술하다

등록일 2023-02-01 19:19 게재일 2023-02-0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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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돌가 당나무는 자신을 희생하여 벼락을 맞은 흔적이 수백 년을 지내 오면서 가장 힘든 상처이기도 하였다. 선돌가 당나무는 느티나무가 빙의가 된 신목이다. 김 사장이 어릴 때는 그런 것도 모르고 거기에 있는 작은 열매를 따서 대나무에 넣어 딱총 싸움을 하기도 하였다. 대부분의 당나무가 그렇듯이 선돌가 당나무에도 철이 되면 학과 두루미가 떼를 지어 날아들곤 하였다. 학과 두루미가 지금은 천년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지만 먹고 살기 어려운 과거에는 포수들의 사냥 거리였다.

한번은 학이 나무에 떼를 지어 앉아 있는데, 포수가 총으로 막 잡으려고 하는 순간, 번개가 치고 천둥이 치면서 벼락이 떨어져 학은 모두 무사히 날아가고, 포수와 당나무는 번개를 맞았다. 동네 사람들은 아마도 당나무가 스스로 번개를 치게 하고, 천둥을 맞았다고 믿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스스로 자기를 희생해서 학을 보호한 당나무를 두고, 다시 한번 마을 수호신인 당나무를 더욱 주민들은 아끼고 신앙의 대상으로 여겼다.

우리나라도 삼국시대 이후부터 풍수지리설에서 좌청룡 우백호가 등장한다. 좌청룡 우백호라는 명당이 있다 하여 나라의 도읍지는 물론 집터와 묘지에 이르기까지 선조 때부터 소위 명당이라는 땅들이 비싼 값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동양의 음양오행 사상에서는 그 방위를 동서남북과 중앙으로 나누며 동서남북에는 각의 신이 있는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각 방위는 하나의 가상의 신과 연결되어 있다. 모두가 토지의 위치에 관한 얘기다.

즉, 동쪽은 청룡, 서쪽은 백호이다. 북쪽에 앉아 남쪽을 바라볼 때 왼쪽은 청룡, 오른쪽은 백호가 되므로 좌청룡 우백호가 된다. 우리가 풍수적으로 좋은 자리 즉, 명당이라고 하면 이러한 사신의 특성이 잘 반영된 배치가 되어 있느냐로 판단하는 것이다. 또한 배산임수라 하여 뒤로 산을 등지고 앞으로 물을 내려다보는 자세를 갖춘 터로서, 풍수에서 여기는 마을이나 건축 조영물이 들어설 이상적인 지형이라 할 수 있다.

조선조 건국 초기에 이성계가 무학대사와 함께 고려 때 음양풍수설의 대가인 도선국사의 영향을 받아 개경에서 한양으로 천도한 것이 유명하기도 하다. 이러한 풍수지리설에 의한 명당이 현대에 이르러서는 국가의 도시 계획과 경제적 개발 여건에 따라 공단과 택지, 도로 등 인위적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른바 현대의 명당이라는 것은 경제적인 이용 측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는데 얼마나 적합하고 효용성이 있느냐는 것으로 판단된다 할 것이다.

소위 명당, 좋은 토지, 양지를 찾기 위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인류 문명사를 거슬러 고민하고 있다. 산업화 이후 토지는 인위적인 힘에 의하여 개발되면서 음지도 양지로 바뀔 수 있게 되었다. 도로가 나고, 공단이 개발되고, 택지가 조성되면서 조상을 잘 만난 후손들은 일시에 벼락부자가 되기도 했다. 일부 토지를 개발하는 사람들도 신흥 재벌이 되긴 매 일반이었다.

옛날에도 흉가가 있었다. 당나무가 알고 있는 그 비밀은 용마람에 태수 대장에게 털어놓았다. 한번은 동이 막 트는 아직 어두운 새벽에 치마를 덮어쓴 젊은 여인이 당나무 앞터에 앉아 있었다. 마침 새벽에 길을 가던 낯선 나그네가 그 모양을 보고 업고 가다 며느리는 중치가 막혀 죽었다. 당나무는 그녀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 최조합 댁 며느리였다. 그 집은 동네에서도 가장 큰 기와집이었는데, 그 집에서 며느리가 자식을 낳지 못한다고 소박을 맞히었던 것이다. 그 당시만 해도 칠거죄악이라는 현실이 있었다. 시대를 거스를 수 있다면 몰라도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했다.

사실은 며느리가 자식을 못 가지는 것이 아니고 아들이 음탕하여 건넛마을 용여와 눈이 맞아 거기에 자식을 두고 본처를 미워하고 소박했던 것이다. 그 해 조합장은 읍내에 나갔다 심장마비로 죽었다. 그 집은 저녁이 되면 집 기둥에서 억울한 한이 못다 하여 비웃기라도 하듯이 깔깔되는 소리가 났다. 그 후 집안은 대대로 망했다. 마을에서는 그 집터가 기가 다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일찍이 우리나라가 막 산업화가 시작되어 각종 대형 토지 개발 사업이 진행될 때 토지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공기업에 취직해서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 할 수 있었다. 김 사장은 주로 공기업에서 매각하는 공매 부동산과 법원에서 매각하는 경매 부동산에 관심이 더 많았다. 그 중에서도 성업공사와 토지개발 공사에서 매각하는 부동산에 더 큰 관심이 집중됐다.

서진국 작가
서진국 작가

성업공사에서 매각하는 부동산은 주로 은행에서 채권을 확보하기 위해 담보권을 행사해 취득한 부동산을 성업공사에 위탁해 매각하는 경우로 매각을 촉진하기 위해 매수금 상환조건이 가장 좋았다. 계약금 10%정도만 있으면 중도금과 잔금은 2년 내지 최고 4년까지 분할하여 장기간 상환하면 되었다. 법원에서 매각하는 경매 재산 취득은 상당 부분 명도에 대한 문제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성업공사에서 매각하는 부동산은 이미 은행 등에서 경매절차를 거쳐 취득한 후 성업공사에 매각을 의뢰한 경우이기 때문에 명도에 대한 문제는 현실적으로 거의 없었다.

토지개발공사에서는 공단, 택지 등을 주로 국가로부터 위탁 받아 조성하고, 직간접적으로 원시 매각하는 것이므로 대부분 신개발지의 토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토개공에서 매각되는 부동산은 미리 감정을 하여 최저 금액을 정하여 놓고, 그 최저 금액 이상 최고 금액을 쓴 사람에게 낙찰되는 방식이다. 소위 최고가 낙찰 방식인데 장점은 수백 필지 매각 토지 중 최고 인기 있는 토지에는 많은 경쟁자가 몰리는 반면 그렇지 않은 토지는 잘만하면 최저 감정가에 근접하는 매우 싼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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