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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미술관 즐기기

김순희 시민기자
등록일 2023-01-24 17:51 게재일 2023-01-2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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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 : 라이프 앤 조이’전.
멀리서 경주 여행을 오며 하루만 계획하는 이는 드물다. 2박 3일은 시간을 내서 온다고 한다. 첫날에 불국사와 석굴암을 오르고, 첨성대를 서성이다 밤늦게 교촌마을을 거쳐 월정교 야경까지 눈에 담는다. 다음 날에 대릉원을 비롯한 능 투어를 한다. 그래도 시간이 모자라지 볼 것이 모자라지 않는 도시가 경주이다. 천년고도의 품위가 그런 것이다. 하지만 경주가 전시회 또한 많이 열린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이름난 미술관만도 여러 개이다. 창 하나가 멋진 액자인 솔거미술관에서 줄 서서 인증샷을 찍고, 박물관 별관에서 열리는 때때로의 전시는 여행객에게 안기는 선물 같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혼자수미술관에서 명화감상을 할 수 있던 날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최고는 경주 시내를 관통하는 형산강 옆에 자리한 예술의전당이다. 1년 내내 쉼 없이 좋은 전시회를 마련해 놓았다. 현재도 네 개의 전시회가 열려 있어 보는 재미를 한껏 선사한다.

아직은 매서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봄소식이 머잖은 곳에 당도했다. 우리의 봄을 더 풍성하게 하라고 경주문화재단에서 세계적인 거장 앙리 마티스의 작품 세계를 모셔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앙리 마티스 : 라이프 앤 조이’라는 제목으로 아트북 ‘재즈’ 오리지널 작품을 소개한다. 190여 점의 드로잉, 판화, 일러스트 등 마티스의 주옥같은 색채의 마술을 눈으로 확인하도록 해 준다. 이번 전시가 다른 전시와 다른 독특한 점은 재즈의 선율이 전시장을 거니는 내내 들려온다는 사실이다. 가수이면서 작곡가인 정재형은 이번 전시회를 위해 새롭게 곡을 작곡했다. 인트로 영상에서는 서정적인 피아노 멜로디를 더했고 메인 곡 등에서는 마티스가 있던 시절로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정재형은 앙리 마티스와 그의 작품을 소개하는 오디오 도슨트로도 참여했다. 소속사는 “낭만적인 목소리로 전하는 전시 해설은 이번 전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대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듣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음악과 함께 상상하는 즐거움까지 선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1월 10일부터 4월 16일까지 진행된다.

앙리 마티스 그림을 보고 나오면, 경주예술의전당은 하나의 전시를 더 보라고 한다. 마티스전 티켓 하나로 ‘경주 연대기’라는 미디어아트 전시까지 볼 수 있다. 경주의 문화가 태동하는 장면을 숲을 거니는 느낌을 받도록 만들었다. 영상 속에 들어가서 아이들 손을 잡고 그림의 숲을 뛰어다니다가 호랑이와 새를 그려 입력하면 내가 그린 동물이 영상에 등장하는 체험도 할 수 있다. 마티스의 그림은 촬영하지 말란 표시가 많았지만, 경주 연대기는 얼마든지 인증샷을 찍어도 된다.

알천미술관 전시관에서 미술관 소장품 전시까지 보고 나와서 또 하나의 전시를 더 볼 수 있다. 2021년 겨울에 문을 닫은 경주역사에서 빛과 색채의 마술사 모네의 작품을 전시한다. 이제는 경주문화관1918이라는 새로운 이름표를 달고 개관 기념으로 클로드 모네의 그림을 보고 체험도 하는 전시회를 3월 5일까지 무료로 마련했다. ‘경주문화관1918’이라는 이름은 경주시와 (재)경주문화재단이 1918년 첫 개통된 경주역의 역사를 기리고 지역민의 문화의 힘을 고취 시키기 위한 문화플랫폼으로 거듭난다는 의미를 가지고 공모를 통해 명명했다. 경주문화관1918은 공유 오피스, 3D프린터 워크 스페이스, 교육실, 스튜디오 등의 문화창작 공간이 조성되어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며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 된다. 도시 전체가 미술관인 경주로 그림 여행을 떠나보길 바란다.

/김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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