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솔뫼마을 시인’ 조영일의 삶과 문학

백소애 시민기자
등록일 2023-06-20 19:41 게재일 2023-06-21 12면
스크랩버튼
이육사문학관 초대관장 맡아<br/>그의 민족·문학정신 널리 알려<br/>‘설산’ 등 5권의 개인 시집 발간<br/>솔뫼리 시인으로 삶 마감
이육사 시인의 생가 육우당에서 만났던 고(故) 조영일 시인.

안동시 용상동에서 동쪽으로, 신선이 고기를 낚았다는 선어대를 지나면 송천동이 나온다. 송천동에는 가장 큰 촌락을 형성하고 있는 솔뫼마을이 있다. 반변천이 마을 앞을 지나는 솔뫼의 명물로는 국립안동대학교, 안동향교, 역동서원, 안동 흥해배씨 임연재종택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솔뫼에서 나고 자라 지난 6월 10일 훌쩍 세상을 떠나버린 조영일 시인이 있다.

조영일 시인은 제2회 이호우시조문학상, 경북문학상, 경북문화상, 경북예술대상 등을 수상하고 한국문협 이사, 한국시조시인협회 부이사장, 경상북도 문인협회장을 역임했다. 그중 이육사문학관 초대관장을 맡아 이육사문학관이 이육사의 민족정신과 문학정신을 길이 전하고 널리 알리는 공간이 되는데 힘을 보태었다.


1975년 ‘월간문학’ 신인상 및 ‘시조문학’ 추천으로 등단한 시인은 활동 경력에 비해 많은 시집을 내지는 않았다. 문단경력은 40년을 넘겼건만 그는 생전에 “시집을 내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었다. 전국의 많은 문인들에게 하루에 3권의 책을 받는다 치면 1년에 천 권 정도의 책을 받게 되는데 “다음 시집이 언제 나오냐는 말을 지겹게 듣게 될 즈음 시집을 한 권씩 내어 인사치레는 할 수 있었다”며 껄껄 웃던 그였다. 1992년 첫 시집 ‘바람 길’ 이후 ‘솔뫼리 사람들’, ‘마른 강’, ‘시간의 무늬’를 거쳐 마지막 시집이 되어버린 다섯 번째 시집 ‘설산’이 2020년 가을에 나왔다.


고향에서 삶을 마감한다는 것이 문학인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나와 가족, 이웃과 지인, 자신의 모든 것을 고향 말로 담아내고 고향 말로 그려내고 사랑하는 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그렇게 떠난 조영일 시인. 어느 지역 어디 시인으로 불릴 수 있는 문학적 호칭은 사실 아무나 얻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어느새 자연스레 그의 이름 앞에 붙은 안동 시인, 송천동 시인, 솔뫼리 시인은 그의 문학 행보를 가늠할 수 있는 호칭이 아닐 수 없다.


‘사는 게 무엇인지 무심할 수가 없(조영일 시 ’봄날‘ 중)’는 초여름 그가 고향을 떠났다. 바람 길을 걸어 솔뫼리 사람들을 만나고 마른 강을 건너 시간의 무늬를 엮고는 펄럭이는 설산 속으로 영원히.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