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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꽃’ 능소화… 포항·경산·대구서 만발

김순희 시민기자
등록일 2023-06-27 17:10 게재일 2023-06-2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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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폭포’·‘주황빛 탑’ 보면 탄성이 절로<br/>지고 나면 또 피고 여름 내내 감상 즐겨
대구 김광석거리에 능소화폭포가 한창이다.
차를 타고 달리다 우현사거리에서 신호에 걸렸다. 옆에 타고 가던 지인이 저게 뭐냐고 묻는다. 포항시 철길숲에 주황빛 탑이 우뚝 섰다. 이맘때 즈음 늘 피는 능소화 기둥이다. 원래 심은 나무는 말라 죽고 그 나무를 휘감아 올라간 능소화의 집이 되었다. 담쟁이덩굴처럼 줄기의 마디에 생기는 흡착 뿌리(흡반)를 건물의 벽이나 다른 물체에 지지하여 타고 오르며 자란다. 가지 끝에서 나팔처럼 벌어진 주황색의 꽃이 여름 내내 핀다.

금등화(金藤花)라고도 한다. 중국이 원산지이다. 옛날에는 능소화를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어, 양반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추나무처럼 다른 목본류보다 좀 늦게 싹이 나오는데, 이것이 양반들의 느긋한 모습에 착안해 양반나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하지만 이 이름 때문에 평민들은 능소화를 함부로 기르지 못했다고 한다. 만약 기르다가 적발되면 즉시 관아로 끌려가서 매를 맞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꽃이 한 번에 흐드러지게 피는 게 아니라 계속 꽃이 지고 나면 또 피고, 또 피기 때문에 개화기간 내내 싱싱하게 핀 꽃을 감상할 수 있다. 꽃은 질 때 꽃송이 그대로 툭 떨어져서 비 온 다음 날 담장 밑이 능소화 빛으로 물든다. 그 또한 아름답다. 꽃의 전설 속 소화처럼.


옛날옛날, 복사빛 뺨에 자태가 고운 ‘소화’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다.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 사이에 빈의 자리에 앉아 궁궐의 어느 곳에 처소가 마련되었으나 어찌 된 일인지 임금은 그 이후로 빈의 처소에 한 번도 찾아오지를 않았다고 한다. 혹시나 임금이 자기 처소에 가까이 왔는데 발소리라도 나지 않을까 그림자라도 비치지 않을까 담장을 넘어 쳐다보며 안타까이 기다림의 세월이 흘러갔다.


어느 여름날 기다림에 지친 불행한 여인은 상사병으로 세상을 떴다. 권세를 누렸던 빈이었다면 초상도 거창했겠지만 잊혀진 구중궁궐의 한 여인은 초상조차도 치러지지 않은 채 담장 밑에 묻혀 ‘내일이라도 오실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 한 그녀의 유언을 시녀들은 그대로 시행 했다. 더운 여름이 시작되고 온갖 새들이 꽃을 찾아 모여드는 때 빈의 처소 담장에는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려고 꽃잎을 넓게 벌린 꽃이 피었으니 그것이 능소화이다.


꿀에 독성이 있다. 갓 채취된 꿀은 괜찮은데 48시간 이후부터 독성이 생긴다고 한다. 오래된 꿀을 먹거나 장시간 피부 노출이 되는 건 피해야 한다.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실명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오래된 적산가옥과 주황색 능소화가 어우러져 사진 찍기 명소로 알려졌던 경산 자인 능소화가 지난해 누군가에 의해 절단됐다가 올해 4월 30여 년 된 능소화로 보식 공사를 시행한 나무에 꽃이 피었다. 능소화 앞을 지나던 한 시민은 “꽃을 다시 볼 수 있어 기쁘다. 예전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능소화 절단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아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다.


김광석 거리에 여름이면 김광석보다 더 인기인 것은 능소화 폭포이다. 대구시 중구 대봉1동 행정복지센터 옆의 건물(경일빌딩) 동쪽 벽을 타고 올라 폭포를 만들어내는 능소화 두 그루가 유명하다. 최근 ‘대봉동 능소화 폭포’라는 이름을 지어 명패까지 달았다. 능소화 폭포 아래서 망중한을 즐길 여름이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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