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짓다 형사고발 당할 처지… 주말농 “농기계 어디에 보관하나”<br/>반발 거세자 국민의힘 ‘한시적 양성화 특별조치법 발의’ 진화 나서
지난해 초 문재인 정부가 감사원을 통해 시작한 포항 등 전국의 ‘농막 불법 증축’ 등의 적발 건수가 무려 20만 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최근 행정처분이 일부 통보되면서 주말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현행 농막 법 규정에 대한 보완책이 제기되는 상황에서의 대규모 적발에 대해 정치권에서조차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초 농막 단속은 문 정부가 실시했으나 행정처분 집행은 현 정부가 진행하기 때문에 비난의 화살은 여권에게 쏟아지는 점을 고려, ‘농막 특별법’ 발의로 긴급 불끄기에 나서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초 수도권 등지의 ‘호화별장식 농막’이 전국 이슈로 떠오르면서 감사원이 지난해 2월부터 2개월 동안 전국 20개 시·군에 대해 시범 조사를 벌인 후 1만1천949곳을 적발했다.
감사원은 처분 결과를 일선 시·군에 통지했고, 포항시 경우 최근 건축법·농지법 위반 1천920곳에 원상회복 명령을 내렸다.
감사원은 이후 나머지 전국 223개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도 지난 4·5월 실태 조사를 실시했으며 조만간 행정처분할 예정인데, 전국의 적발 건수가 모두 20만 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문제는 ‘농막 관련 법령이 농촌 현실에 비춰 상당 부분 합리성이 떨어진다’는데 있다.
일선 시·군에서조차 기준만 강조한 법 적용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포항 신광면 모 주말농장의 경우 농경지 3필지 6천㎡에, 18㎡ 규모 컨테이너에다 벽 없는 지붕형 창고 12㎥를 덧붙인 농막이 적발돼 원상복구명령이 내려졌다.
기간 내 처분치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은 물론 형사고발까지 당할 처지에 놓였다.
이 농장은 1필지에 농막 20㎡까지 설치할 수 있는 관련 규정에 따라 모두 60㎡를 지을 수 있으나, 건축비용 절감과 편의를 위해 한 곳에 몰아 짓다 적발됐다.
주말 농민인 당사자는 “농지 크기에 따라 농막 크기도 차등 적용돼야 한다”면서 “애매하고 비합리적 규정 때문에 피해를 입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건축·철거비 부담은 감수 하더라도 천막식 농막이라도 없으면 농기계 등은 비를 어떻게 피하느냐”라면서 “현실을 무시한 정부 단속이 원망스럽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농막 단속이 현실화되자 농민들도 반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호화 농막은 반드시 단속돼야 한다’면서도 농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건축이라면 양성화 등 선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대해 국민의 힘 측에서도 개선책을 요구하는 등 일부 동조하고 나섰다.
지난달 27일에는 국힘당 서일준(경남거제) 의원이 ‘특정농막의 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서 의원은 “정부의 농막 설치 기준 등이 비합리적인데 모든 잘못을 농민에게 돌리는 것은 탁상행정”이라며 “농막을 1년간 한시적 양성화 하고 이행강제금 등 법정 제재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발의 배경을 밝혔다.
농막주 김모(62·포항시 두호동)씨는 “이같은 단속 기준으로 현재 전국 농수산업 분야나 모든 재래시장 등의 건축물을 단속 한다면 불법 딱지로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법이 만들어져야 국민들의 억울한 피해를 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항시는 “농막 시행규칙 개정안이 현재 계류 중인 상태에서 감사원의 대대적인 단속이 벌어져 곤혹스럽다”면서 “행정처분 고지서가 시장 명의로 나가다 보니, 지난 2개월 동안 농민 항의 때문에 업무가 마비됐다”고 말했다.
/ 박진홍기자 pjhbsk@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