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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감주 나무 노란 꽃물결 넘실거릴 호미반도

김순희 시민기자
등록일 2023-07-11 18:39 게재일 2023-07-1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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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2020년 경북도 공모에 선정<br/>38㎞구간 약 190㏊ 1만여 그루 식재
모감주나무가 몇 그루 심겨진 호미곶 대동배2리.
모감주나무가 몇 그루 심겨진 호미곶 대동배2리.

포항시는 2023년부터 호미반도 해안을 따라 지역 향토수종이자 천연기념물인 ‘모감주나무’를 집중적으로 심어 특색있는 가로수 길을 만들려고 한다. 포항시 동해면 발산리 일원에는 전국 최대 규모로 자생하고 있는 ‘모감주나무와 병아리꽃나무 군락지’가 천연기념물 제371호로 지정돼 있다.

이 사업을 위해 포항시는 지난 2020년도 ‘경상북도 산림신사업아이디어’ 공모에 선정돼 2021년 ‘모감주나무 군락 후계림 조성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국비 확보 노력을 지속해 왔다. 그 결과 산림청 지역특화 조림 사업으로 선정돼 연차별 사업계획에 따라 첫해인 2023년도에 6억2천여만 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사업 대상지는 호미반도 해파랑길 주변과 국도 31호선 주변 임야 38㎞구간 약 190㏊이다. 시는 모감주나무 1만여 그루를 심어 개화 시기인 7~8월 노란 꽃물결이 동해안을 따라 넘실거리는 특별한 경관을 조성하려고 한다. 특히,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를 입은 도로변 가시권 임야 위주로 피해목 벌채 후 집중 식재해 경관 복구도 함께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모감주나무는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닳거나 줄어든다는 뜻에서 모감(耗減)이라고 하고, 열매로 염주를 만들기에 염주나무라고 한다. 노란색 꽃이 하늘에서 아니 나무에서 떨어질 때면 그야말로 황금비를 맞는 기분이다. 그래서 Golden Rain Tree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포항시 동해면 발산리에 군락지가 있다. 꽃이 피기 전에는 그곳이 어디인지 찾기 힘들지만 6월에서 7월에 만개할 때면 멀리서도 황금빛 꽃동네가 눈에 들어온다. 지금이 꽃놀이하기에 가장 좋은 시절이다.


꽃말은 자유로운 마음, 기다림이다. 모감주의 씨앗이 이런 이름을 낳게 했을 것이다. 초여름의 열매는 피망같이 부풀어 오른다. 공기가 한껏 들어있어 작은 풍선을 나무에 매달은 듯 보인다. 갈색에서 진갈색으로 열매의 껍질은 바짝 말라간다. 그리고 드디어 세 갈래로 갈라진다. 갈라진 한 껍질에는 두서너 개의 씨앗이 붙어 있다. 바람은 씨방을 분리 시킨 뒤 날려 보낸다. 씨방의 형태는 바람을 잘 받을 수 있는 구조여서 120미터까지 날아갈 수 있다. 모감주는 이 껍질을 파도에 실어 보내려고 바닷가 근처에 군락지를 이루었다.


모감주는 여행에 필요한 도구를 안고 태어났다. 껍질은 어느새 열매를 나르는 돛단배가 된다. 모래톱에 정박도 하지만 잠시뿐이다. 모감주 씨앗이 바다를 건너 육지에 도착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겨울 편서풍을 만나야 하고 다섯 달 이내에 3천500킬로미터를 이동해야 성공한다. 이 모든 조건이 맞아야 꽃을 피운다. 하지만 모감주 씨앗은 이 험난한 모험을 선택했고 성공했기에 포항시 동해면 발산리에 자신의 영토를 넓힐 수 있었다. 군락지의 가지를 잘라 환호동 해맞이공원 여기저기에 또 바닷가 산책로에 노란 꽃등을 내걸었다. 군락지가 확장된 것이다. 꽃이 혼자 애쓰던 일을 포항 사람들이 거들고 나섰다.


지금 노란빛의 여행자 모감주의 계절이다. 하지만 포항이 모감주 군락지라는 사실을 포항 사람들도 사실 잘 모른다. 홍보를 위한 방법으로 시민 한 사람이 모감주나무 한 그루 갖기, 모감주 아래서 사진 인증하기 챌린지 같은 참여 프로그램도 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사람들이 사진에 진심이고, 그 사진에 꽃 담기를 즐긴다. 파란 해파랑길 따라 노란 꽃이 피어나면 휴대전화를 들이대는 사람으로 북적일 것이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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