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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김순희 시민기자
등록일 2023-07-18 18:16 게재일 2023-07-1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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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남구 대보면 호미곶 경관농업단지에 해바라기가 활짝 피었다.
“누나의 얼굴은/해바라기 얼굴/해가 금방 뜨자/일터에 간다/해바라기 얼굴은/누나의 얼굴/얼굴이 숙어들어/집으로 온다”

윤동주 시인이 1938년 5월 쓴 ‘해바라기 얼굴’이란 제목의 시이다.


해바라기를 자세히 바라본 적이 있는가. 해바라기는 해를 바라기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이름처럼 아침에 해가 뜨는 동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서서히 해를 따라 서쪽으로 움직이는 줄 알았다. 하지만 꽃 자체가 움직이기보다는, 잎들이 움직이는 편이다. 밤에는 서쪽으로 보고있다가 아침에는 동쪽으로 향해 있다고 한다.


이유는 빛을 최대한 받아 광합성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해바라기꽃은 해바라기 안 한다고 하니 낭만은 없어 보인다.


윤동주는 누나가 아침에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일어나 일을 가지만, 일터에서 온갖 고생을 하고 돌아온 누나의 표정은 기운이 없어 해바라기꽃이 햇살이 없으면 고개를 숙이듯이, 누나의 기분이나 표정을 꽃에 비유한 것이다. 해바라기를 관찰하고 쓴 게 아닌가 싶다.


호미곶으로 해바라기를 보러 간 시간이 낮 12시 즈음이었다. 꽃은 모두 동해를 바라보고 있어서 길가에서는 꽃의 뒤꼭지만 보였다. 그래서 함께 간 일행을 꽃밭 중간으로 걸어가게 한 다음,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해바라기 얼굴이 카메라를 보는 위치 즉 상생의 손 쪽에서 찍어야 했다. 물론 등돌린 해바라기도 어여쁘긴 하다.


포항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대부분은 구룡포 호미곶 광장을 찾는다. 그래서 시에서는 봄부터 유채꽃을 심어 노란 빛깔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지게 했다.


유채꽃이 진 자리에는 메밀을 흩뿌려 하얀 소금이 뿌려진듯 흐믓한 광경이 펼쳐지게 해서 사람들의 발길을 잡았다.


여름이 깊어지면서 메밀꽃이 빛이 바래져 갈 때, 해바라기를 심어서 꽃이 쉼 없이 이어달리기 하게 만들었다.


최근엔 관상용으로 주로 키우지만, 본래는 해바라기씨를 얻기 위해 재배해왔다. 씨앗은 간식이나 사료나 약, 혹은 기름을 짜는 데 쓰기도 한다.


수천 개의 꽃들이 모인 꽃인 만큼 꿀도 많아서 벌이 자주 모이고 실제로 해바라기꿀도 있다. 재물과 복을 불러들인다고 해서 해바라기 그림을 현관에 걸어두기도 한다.


7월에 만개해서 8월 말까지 누나의 얼굴처럼 동쪽으로 서쪽으로 고개를 떨구며 호미곶을 지킬 것이다.


새천년기념관 주차장에 주차를 하면 바로 앞에도 해바라기 밭이 있다. 원두막에 등을 돌리고 앉아 사진을 찍으면 쉽게 안생샷을 건질 수 있다. 한 가지 소 키우는 냄새가 꽃향처럼 풍겨서 다소 안타깝다.


포항 가까이에 있는 경주는 해바라기를 문화재와 더불어 인증샷을 남기도록 설정했다. 많이 알려진 곳으로는 첨성대 앞이다. 이곳은 사시사철 여러가지 다양한 꽃들이 핀다. 지금은 여름꽃으로 해바라기와 연꽃이 더불어 들을 밝힌다.


또 한 곳으로는 월정교 주변이다. 내를 따라 둔치 가득 꽃 크기가 작은 해바라기를 심어서 사진 찍기가 좀 더 수월하다. 다리 밑으로 흐르는 남천에 월정교가 비치고 파란 하늘과 노란 해바라기가 어울려 누가 봐도 경주라는 걸 알게 해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한다. 교촌마을로 향하는 징검다리를 다 건너지 말고 멈춰서서 찍는다.


다만 해바라기가 촘촘히 심어져 아름다움을 뿜어낼 때는 사람들도 붐빈다는 것이다. 주차장도 복잡해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른 아침 시간에 찾거나 노을이 질 때 이용하거나, 주말을 피해 주중에 방문하면 좋을 듯하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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