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 다수 무차별 공격에 무방비<br/>누구나 노출된 범죄로 시민 불안감<br/>관련 부처 협조·피해자 지원 절실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근처 상가에서 ‘묻지마 칼부림’이 일어나 4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최근 ‘부산 돌려차기’, 또래 살인 ‘정유정 사건’ 등 ‘묻지마 범죄’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고 시민들은 일상이 공포가 되고 있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묻지마 범죄’는 이유 없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무차별로 공격하는 범죄를 말하는데 특별한 동기와 대상이 정해져 있지 않아 대비하기 힘들고 무고한 사람들도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불안감을 야기하고 있다. 가해자의 재범률도 70% 가까이 이른다.
2022년 대검찰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2012~2016년)간 ‘묻지마 범죄’로 분류돼 기소된 사건은 총 270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상해는 142건 발생했고, 연평균 28.4건에 이르렀다. ‘묻지마 범죄’ 중 강력범죄가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한데 살인(미수 포함)은 63건으로 연평균 12.6건에 달했다.
지난해 경찰은 ‘묻지마 범죄’를 ‘이상동기 범죄’로 명명하고 담당 조직을 가동했다. ‘묻지마 범죄’의 대상이 되는 여성과 노약자 대상 범죄를 심층분석하고 고위험 정신질환자, 자살 시도자, 주취자에 대한 효율적 관리 체계를 도입하기로 했으나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상동기 범죄는 범행동기가 명확하지 않고 범행 대상에 필연적인 이유가 없는 범죄이다. 20여 년 전부터 ‘묻지마 범죄’라는 용어가 사용되었지만 명확한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아 관련 통계가 부족하고 피해자는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다.
이상동기 범죄의 관리 주체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실제 적극적인 대응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 범죄의 상당수는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여서 경찰은 물론 검찰, 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여러 부처가 관련되어 있어 부처 간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상동기의 범죄예방은 분노조절장애, 사회적 적대감 등을 드러내는 정신질환적인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는 데서 시작한다”며 “정신보건 영역부터 치안까지 포괄적인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도 포괄적이어야 하는데 현재는 국선변호사 선임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폭력, 장애인 학대, 인신매매 사건 피해자만 국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 지원책에 대해 범죄심리학 전문가는 “성범죄나 파트너 폭력의 테두리 안에서는 피해자에게 임시 조치나 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죄목의 테두리에서 벗어나면 피해자가 법률 조력 등의 보호를 받기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현실적인 지원의 한계로 모든 피해자 지원이 불가능하다면 각 사건의 죄목을 정확하고 빠르게 가려 가능한 한 피해자 지원 조치를 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포항시민 이 모(45)씨는 “이번 신림역 사건도 평소대로 길을 가다가 일어난 사건이라 너무 안타깝고 한 편으로는 무섭다. 포항에서도 2018년에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남성이 일으킨 약국 사건과 길에서 할머니 등을 흉기로 찌르는 ‘묻지마’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다. 내 주변에서 이런 일이 안 일어날 거란 보장이 없는데 경찰에서는 사고가 날 때만 반짝하는 것 같다. ‘묻지마 범죄’를 일으키는 피의자에 대한 관련 부서들의 대응도 적극적이지 않다니 화가 난다. CCTV가 있어도 충동적인 범죄는 예방이 어렵다고 말하는데 전과나 정신질환자가 일으키는 범죄에 대비하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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