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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의 황성공원

김순희 시민기자
등록일 2023-08-08 18:34 게재일 2023-08-0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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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로 만든 산책로 걷는 시민들<br/>소나무 아래 보라색 물들인 맥문동<br/>어린이들 웃음 가득한 물놀이장도
경주 황성공원 소나무 숲 사이로 맥문동이 화려하다.
8월의 황성공원이 시끌시끌하다. 황토로 만든 산책로에 건강을 챙기려 맨발로 걷는 시민들의 두런거리는 소리, 아름드리 소나무 그늘을 황홀한 보라색으로 물들인 맥문동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의 웃음소리, 바로 근처 물놀이장에서 첨벙거리는 아이들의 즐거움이 뒤섞였다.

황성공원은 신라 시대에 경주 북쪽 땅의 기운이 약하다 해서 소나무를 심어 땅의 기운을 북돋웠다고 한다. 멀리서도 보이는 김유신 동상이 공원 언덕에 세워진 이유는 이곳이 그 옛날 화랑들의 수련장이었기 때문이다. 소나무 숲이 좋아서 오래전부터 경주시민들의 산책코스로 잘 알려졌다. 아침 운동하는 사람도 많은데 지금은 천년 맨발길 코스가 있어 더 많은 이가 찾는 곳이다. 황토를 새로 더 깔아서 맨발로 조금만 걸어도 발바닥에 물이 밴다. 기분 좋은 느낌까지 물들어서 그저 그만이다.


거기다 7월부터 조금씩 피기 시작한 보라색 맥문동이 8월에 숲을 가득 채워서 멀리서도 그 색이 보일 정도로 면적이 넓다. 경주시는 올해 황성공원 산책로 주변으로 맥문동 10만5천포기를 더 심어 약 2.2㏊ 규모 맥문동 단지를 조성했다. 맥문동은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그늘에서 잘 자라 그늘진 정원에 많이 심는다. 자주색 꽃이 피고 뿌리를 약재로 사용한다.


백일홍이 여름 내내 100일이 핀다면 맥문동도 오래 볼 수 있다. 맥문동이란 이름에서 단단함이 느껴진다. 뿌리의 생김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한방에서는 소염, 강장, 거담재로 활용한다. 꽃말은 겸손, 인내이다. 곧게 선 줄기에 보라색의 꽃이 핀다. 한두 송이 정원에 폈다면 흘려보기 쉽지만 황성공원처럼 빽빽하게 있으면 진한 보라색에 발길이 멈춰지기 마련이다. 산책로 곳곳에 삼각대를 세운 사람들로 붐빈다.


큰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맥문동 꽃밭과 물놀이장이 있다. 지난 2019년 문을 연 이후 매년 1만여 명의 경주시민들이 무더운 여름철이면 찾아오는 지역 명소가 되는 황성공원 어린이 물놀이장이 개장했다. 2천500㎡ 규모로 사업비 15억원을 들여 지난달 1일 개장했다. 코로나19 완화에 따라 7월 1일부터 8월 27일까지 50일간 운영할 예정이며, 단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별도의 이용요금은 없다.


운영시간은 1부 오전 10시30분부터 낮 12시30분까지, 2부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3부 오후 3시30분부터 5시까지다. 수질관리를 위해 동시 입장 인원은 200명으로 제한하며, 이용대상은 초등학생까지이며 7세 이하 영유아는 보호자를 동반해야 가능하다. 특히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요원 5명, 간호 요원 2명을 배치했다.


경주시는 올해는 물놀이장 내 유휴부지에 그늘 공간을 추가로 조성하는 등 가족 단위 이용객들을 위한 휴식 공간 마련에 행정력을 집중했다. 황성공원 맥문동 단지 가려면 시립도서관 쪽에서 가는 길도 있지만, 시민운동장을 검색해서 가는 게 빠르다. 주차하기도 좋고 시민운동장 뒤편으로 살짝 돌아가 주차하면 바로 맥문동 단지가 보인다. 더울 땐 많이 걷는 것도 꺼려져서 차에서 내려 맥문동 단지 보고 바로 수영장에 풍덩하면 금상첨화다.


도서관 주차장에 주차했다면 문을 연 지 70년의 역사를 가진 시립도서관에 들어가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져 더위를 잊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올해의 도서 선정 작가 초청 북 콘서트, 도서관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전시회 등 부대행사도 마련된다. 도서관 마당과 황성공원 일원에서는 책과 사람이 함께하는 책인(冊人) 축제도 열린다. 야외 북크닉, 작업 공방, 책 전시회, 중고서적 벼룩장터, 특별강연 등 다채롭다. 경주 황성공원이 주는 네 가지 즐거움을 이 여름에 다 느껴보길 바란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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