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도 세계를 발로 누비는 탐험가를 꿈꾸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 혼자 걷는 것보다 함께 걸으면 더 시너지가 있기에 매일 걸은 것만큼 밴드에 인증하기를 올려 서로 댓글로 응원하며 함께 걷기를 한다.
‘포항 함께 걷기’ 동아리에 안정희씨를 만나 왜 걷기를 하는지 물었다. 해파랑길을 완주하고 지금은 몇만 보씩 걸으며 남파랑길을 완성하려고 걷는 중이라고 한다. 언제 걷기가 시작되었냐고 하니 사는 곳이 송도라서, 운동 삼아 걷다가 해파랑길 표지판 보고 시작한 것이 첫걸음이었다고 했다. 어느 날, 송도에서 시작해 걷다 보니 칠포까지 걸었다고 한다. 상당한 거리이다. 평소 1∼2만보 걷는 걸음이라 가능한 일이다.
처음엔 포항 구간만 걷다가 2018년 지인과 해운대를 출발해 해파랑길을 발로 잇기 시작했다. 고성까지 다 걷는데 50여 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그러는 사이 발이 멀쩡했냐고 하니 발톱 두 번 정도 빠지고 다 괜찮았다고 하니 기본 잘 걷는 체질이다. 신발 안에 발이 놀면 슬려서 잘 맞는 것을 골라야 한다고 당부했다. 걸을 때 준비물은 트레킹화, 슬리퍼, 러닝화를 갖고 다니고 보온 도시락과 아이스팩에 얼린 물, 맥주, 커피를 넣어서 간다고 한다. 맥주는 왜 필요할까 싶었는데 힘겹게 올라 바라보는 경치는 그간에 고생을 잊게 할 정도로 좋은데, 그 좋은 곳에서 맥주 한 캔으로 목을 축이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웃었다. 웃는 얼굴에서 그날의 그 경치가 스쳤다.
우리나라는 도보로 돌아볼 수 있도록 여러 길이 만들어졌다. 올라가는 길은 빨강 내려오는 건 파랑으로 표시한다. 동해의 상징인 ‘떠오르는 해’와 푸르른 바다색인 ‘파랑’, ‘~와 함께’라는 조사 ‘랑’을 조합한 합성어이며,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 소리를 벗 삼아 함께 걷는 길을 뜻한다. ‘남쪽의 쪽빛 바다와 함께 걷는 길’이라는 뜻으로 남파랑길, 서해랑길은 서쪽의 바다와 함께 걷는 길을 의미한다. 그 외에도 국토종주길, 외씨버선길, 녀던길도 있다.
안정희씨는 해파랑길을 완주하기 전과 후에 가장 달라진 것은 좀 더 자유로워졌다고 한다. 코스마다 스탬프를 찍어서 한국문화의 길과 재단에서 완주증을 받는 그 기분이 너무 좋아 새로운 길을 더 걷고 싶고 걷기가 더 재밌어졌다고도 했다. 세게 걷고 내 속의 에너지를 다 소진하고 나면 다음 날 새로운 게 다시 채워진다고 했다. ‘에너지가 10 상승했읍니다.’라고 말이다.
한 코스를 다 걷고 버스를 타고 회귀할 때 걸을 때 보이지 않던 풍경이 보여서 그 기분도 남다르다고 한다. 지역마다 버스 색깔이 다른 것도 재밌고, 지명이 다른 것도 재밌고 내 고장과 같은 지명이 있어서 신기했다고 전했다. 가장 경치가 좋은 곳은 역시 포항이었다고 한다. 호미곶의 선바위길이 특히 절경이었다고 흐뭇해했다. 다만 길을 걷다 보면 화장실이 잠긴 곳이 여럿이라 곤란하기도 하고, 이기대에서 칠포까지 오는 길에서 앱 따라 가도 길이 잘 안 나타나는 구간이 있었다고 한다. 풀이 자라서 곤란했는데 그 점이 잘 개선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