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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만난 ‘송희 씨’

박선유 시민기자
등록일 2023-08-29 18:37 게재일 2023-08-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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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날씨임에도 영화에 빠져 있는 관객들.
새벽부터 내린 비는 오후까지 멈추질 않았다. 경주문화관 1918 광장에서 장애인인권영화상영제가 오후 7시부터 예정되어 있던 터라 내심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 상영제 시작 1시간을 앞두고 기적처럼 비가 그쳤다. 준비된 돗자리와 간이의자에 먼저 자리 잡은 관객들은 본격적인 상영제에 앞서 만화영화를 보고 있었다. 한 손에는 강냉이가 담긴 투명컵을 들고 서로 이야기도 나누며 오늘의 나들이를 즐기고 있었다.

경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주최로 열린 영화제는 7시가 되자 본격적으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궂은 날씨에 예상보다 적은 손님들이 참석했지만 현장 관람객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간단한 내빈 소개가 끝나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나의 직업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이 화면에 떴다. 퍼즐이 하나 등장하고 연이은 퍼즐들이 채워짐으로 답을 알아가는 방식이다. 바리스타, 공무원, 택시기사. 세 문제 중 하나도 못 맞춘 필자는 빵점이다. ‘퍼즐 일부를 보고 전체를 알 수 없듯 장애만 보고 사람을 판단할 수 없다, 편협한 시선이 얼마나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는가’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날은 푸른마을 거주인들도 다수 방문해 함께 관람했다. 총 3편의 단편영화가 상영될 예정이었다.


첫 번째 영화 ‘상현이와 정미의 슬기로운 자립생활’은 장애인 부부의 일상을 찍은 다큐영화다. 카메라는 특별히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그들의 일상을 보여주었다. 굳이 애써 어떠한 감정도 얹지 않았던 점이 좋았다.


첫 번째 영화가 끝날 무렵 다시 비가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박귀룡 센터장은 마이크를 잡고 거수투표에 들어갔다. 우비를 급히 챙겨 입은 와중에도 대부분의 관객들은 다음 영화를 이어 보기 원했고 두 번째 영화 ‘질주’가 시작되었다.


강릉국제영화제 출품작으로 청각장애를 가진 박송희 씨의 이야기다. 영화 시작 부분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이 날 장애인 인권 영화제의 주요 메시지일 것이다. 영화는 청각장애 1급인 송희 씨의 운전면허시험 도전기가 내용이다. 반팔 티셔츠, 한쪽 무릎이 찢어진 청바지. 길가다 흔히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외모의 20대 아가씨다. 하지만 검사를 위해 병원을 방문한 그녀를 기다리는 서류는 여느 20대 사람들보다 더 많고 복잡하다. 그녀는 현재 왼쪽 귀만 들리는 상태다.


송희 씨의 아버지는 농담처럼 말씀하셨지만 그녀의 안전을 염려해 면허 따기를 말리셨다. 하지만 송희 씨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 노력한다. 그녀가 끝내 운전면허증을 땄는지에 대한 결과는 알 수 없으나 긍정적인 결과를 맞이했길 바란다.


날씨 인심은 행사 시작 전 한 시간 남짓 참아준 것이 전부였다. 계속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무리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앞선 두 영화를 끝으로 세 번째 영화 ‘느낌표와 물음표 그 사이’는 다음을 기약하고 자리를 정리해야 했다.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않는 도움이나 선물을 받게 되면 부담스러워하거나 거절한다. 그런 경우 대부분 선물을 받는 상대가 아닌 주는 사람 마음 좋자고 하는 경우가 다수다. 다른 이를 향한 시선이나 마음도 마찬가지다. 지레짐작으로 상대의 불편을 추측하고 예상한다. 자신의 기준에 맞춘 불필요한 재단과 호기심으로 장애인들의 행복과 삶을 평가하는 것. 누구를 위한 것인가 생각해 볼 문제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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