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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는 풍경

백소애 시민기자
등록일 2023-09-12 18:27 게재일 2023-09-1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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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 도산면 골목길에서 만난 가을.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백로가 지났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기운이 난다.

먹을거리가 귀했던 옛날엔 겨우내 먹을 양식을 가을부터 말리곤 했다. 지금도 가을볕을 놀리지 못하는 어른들은 많은 것을 말린다.


고추부터 참깨, 호박, 토란, 가지, 무청, 우엉…. 주택가 지붕과 옥상에 널린 갖가지 채소와 아파트 베란다에 널린 실에 꿴 무는, 높고 푸른 가을 하늘에 바짝바짝 말라 종래에는 시래기가 되고 고들빼기가 될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에는 시골길 도로 한쪽을 참깨와 고추가 차지할 것이다. 그런데 안동시 도산면 시골마을 골목길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것은 비단 채소뿐만이 아니었다. 여름 내내 입었던 옷과 장롱 속에 묵혀뒀던 가을옷이 나란히 빨랫줄을 차지하고 있다.


여름내 쓰임을 다해 장롱 깊숙이 들어갈 옷과 나프탈렌 냄새를 휘발시키는 가을옷이 마치 오브제 작품처럼 민트색 담벼락에 전시되어 있다. 정갈한 지붕 빗물받이와 옷걸이에 차롬하게 걸린 빨래 풍경은 가을 정물화 같기도 하다.


계절의 변화를 잘 느끼고 식물의 변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건강한 사람이다.


오늘 아침 바람이 어제보다 더 선선하다고 느끼고 어제보다 더 활짝 핀 꽃송이에 감탄하는 것, 가을이 오는 풍경을 놓치지 않는 자세다.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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