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괴사로 인한 구멍 군데군데 <br/>완전히 마른 나무 껍질은 우수수 <br/>주민들 행정기관 관리 소홀 불만<br/>전문가 “계절·기후 변화 대책 必”
포항 최고령 보호수인 마북리 느티나무가 관리 부족으로 인해 고사 위기에 놓여 지역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절실하다.
12일 포항 북구 신광면 마북리 느티나무는 윤기가 없이 뙤약볕에 바짝 메말라 있었다.
동남쪽 큰 가지는 말라 죽었고 북쪽으로 향한 가지는 대로 받쳐 놓았지만 생기가 없이 겨우 걸쳐져 있었다.
나무줄기 한 편에는 이끼가 시퍼렇게 껴 있었고, 다른 한 편에는 시커먼 버섯들이 여기저기 자라고 있었다.
또 염증이나 괴사로 인한 구멍도 군데군데 있었고 나무 겉면에 손을 대자 나무 껍질이 우수수 떨어지는 등 완전히 말라 있었다.
나무 상처가 썩으면서 생긴 하얀 거품이, 몇몇 가지 중간 부위까지 옮겨져 와, 그 주변을 개미나 벌레들이 몰려들어 갉아먹고 있었다.
이 느티나무는 지난해 말 기준 수령 737년으로 포항시에서 가장 오래 된 나무다. 1982년에 경북 보호수 제1호로 지정됐다.
원래는 높이가 16m로 높이 자랐으나 현재는 10m 정도로 줄었고 둘레는 690㎝다.
노거수는 수령이 오래된 거목으로서 천연기념물(식물) 중 개체단위로 지정된 식물을 말한다.
보호수는 산림보호법에 따라 역사적·학술적 가치 등이 있는 노목, 거목, 희귀목 등으로서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나무를 가리킨다. 노거수보다 보호수의 범위가 작다.
시민단체와 마을 주민들은 매년 정월대보름 이 나무 앞에서 마을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낸다.
또 2002년부터 해마다 칠월칠석에 모여 막걸리를 나무 주변에 뿌려주며 주민들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행사를 벌인다.
올해도 지난달 칠월칠석에 지역의 자치단체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행사를 벌였다.
마을 주민들은 “행정기관 등은 행사 때에만 마북리 느티나무에 관심을 보이다 평소에는 관리에 소홀하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이삼우 기청산식물원장은 “20여년 전 마북저수지의 확장 공사로 현 위치로 한번 옮겨진 이 느티나무는 생존력이 미약하다”면서 “올 여름은 덥고 습했지만 예산이 없어 수시로 물을 주지 못해 노거수가 더욱 힘들었을 것”이라며 지역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식물 전문가들은 “계절이나 기후 변화 등에 따른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기호 국립세종수목원 본부장은 “보호수는 지역의 역사성·문화성까지 아우르는 ‘생명문화재’”라며 “나무의사 등 전문가의 자문이나 직접 모니터링 방법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포항 시청 관계자는 “시 관련 예산이 1억3천만원에 그쳐 지역의 보호수 97그루·노거수 약 300그루 관리가 어렵다”면서 “마북리 느티나무의 경우 수령이 많다 보니 고충이 더 많다”고 말했다.
한편 산림청에 등록된 보호수는 전국 1만3천868그루이며 대구는 269그루, 경북은 2천25그루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