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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상징 시어 ‘청어’ 지정 실효성 논란

장은희기자
등록일 2023-10-11 20:09 게재일 2023-10-1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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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교직원 등 대상 설문<br/>실정 무시한 부적절 발주 지적<br/>현재 과메기 원료 대부분 꽁치<br/>어민 단체 등 수산업계도 비난<br/>청어 대중성 낮고 홍보 어려워<br/>브랜드화 대한 부정적 의견도
최근 포항의 시어로 지정된 청어. /포항시 제공

최근 포항시가 시어(市魚)로 지정한 ‘청어’를 둘러싸고 상징성과 실효성 문제로 심한 논란이 일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달 11일 “해양항만수산도시의 정체성 확립과 어촌 활성화를 위해 ‘청어’를 시어로 지정한다”면서 “이를 위해‘포항시 상징물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도시 가운데 공식 시어 지정 지자체는 바다를 가진 영덕군(황금은어)과 울릉군(오징어), 경주시(참가자미) 등 9개 시·군이다.


하지만 논란은 지난 4월 시가 시어 지정 용역을 포스텍산학협력단에 880만원에 맡기면서부터 시작됐다.


시는 “포스텍 측이 재학생·교직원 등 54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대게, 개복치, 돌문어, 아귀, 청어 가운데 1위를 차지한 청어를 선정했다”면서 “청어는 포항 과메기의 최초 재료이며 등푸른생선회 무침에도 활용된다”고 말했다.


이에 김영헌(구룡포) 시의원은 최근 의원간담회에서 “공과대학인 포스텍이 동해안 해양 인문학 분야인 ‘시어’지정 용역을 수주하는 것이 부적절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어 “설문 대상자 중 상당수도 포항 실정을 모르는 외지 출신 포스텍 학생·교직원이었다”면서 “용역비도 너무 적어 시어 지정이 부실하게 이뤄졌다”고 목청을 높였다.


여기에다 시어 지정 과정에서 지역의 과메기 어민단체와의 소통 부재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포항·구룡포수협뿐 아니라 구룡포과메기협동조합 조차 과메기 시어 지정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

‘청어’ 시어 지정 이후 지역 수산업계의 비난까지 거세지고 있다.

‘현재 과메기의 대부분 원료는 꽁치인데다 지난해 청어가 많이 잡힌 것은 일시적인 온난화 현상 때문으로, 포항의 대표성이 없다’는 주장이 강하게 대두된다.


구룡포수협은 “매년 포항·구룡포수협의 어획량은 오징어와 문어, 가자미 순”이라며 “청어는 대부분 사료용으로 사용돼 ㎏당 단가가 낮고 가시가 많아 가공이 어렵다”고 말했다.


좌동근 구룡포과메기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청어과메기와 꽁치과메기의 판매 비율은 대략 2대 8”라며 “청어과메기는 당도가 낮고 식감이 좋지 않은데다 냄새도 많이 나 외지인들은 먹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청어의 브랜드화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부각된다.


박재홍 영남대 식품경제외식학과 교수는 “청어는 대중성이 떨어지는데다 스토리텔링을 통한 청어과메가 홍보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 대표성과 상징성, 연관성, 생태적 특성 등 모든 조건을 갖춰야 브랜드화에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포항의 해양문화도시 이미지를 선점하기 위해 청어를 지정했다”며 “북부시장과 영일대시장에 등푸른막회특화거리를 만들고 홍보하는 등 청어 활용 홍보마케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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