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사람들만 알던 비밀의 정원<br/>드라마 촬영 계기 전국적 명소로
시민기자는 안동이 고향이라 명절이면 늘 이 동네(안동시 길안면 묵계리)를 지나 포항으로 돌아왔다. 영덕 상주간 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이라 만휴정과 묵계서원 사이 국도로 구불구불 다녀야 했다. 추석에 일정을 다 마치고 돌아오다 계곡 밑에 차를 세우고 오르막길을 올라 너럭바위까지 오르곤 했다. 만휴정은 커다란 바위 위에 올려진 모양새다. 바위 사이로 폭포가 휘감아 내려 경치가 그저 그만이다.
1986년 12월 11일 경상북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었으며, 2011년 8월 8일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 제82호로 지정되었다.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이루어졌다. 정면은 누마루 형식으로 개방하여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고, 양쪽에는 온돌방을 두어 학문 공간으로 활용하였다. 보백당 김계행(1431∼1517)이 말년에 독서와 사색을 위해 지은 정자이다. 김계행은 조선 전기의 청렴결백한 관리로 뽑혔던 분으로, ‘내 집에 보물이 있다면 오직 맑고 깨끗함 뿐이다.’라는 가르침을 남겼다.
아는 사람만 알던 시절엔 관리가 되지 않아 마루에 먼지가 가득했고, 또 사람들이 못 오르게 문이 잠겨 있었다. 가끔 열린 날에도 더러워서 양말이 까매질 거 같았고 신발 신고 오를 수는 없어 마루에서 경치를 보기는 힘들었다. 지금은 관람객이 많다 보니 깨끗하게 관리해 신발 벗고 올랐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그저 그만이다.
16세기 초에 지은 이 정자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그 아래 떨어지는 폭포는 장관을 이룬다. 정자 아래 바위에는 ‘보백당만휴정천석(寶白堂晩休亭泉石)’이란 큰 글씨를 새겨 놓았다. 김계행의 자는 취사(取斯), 호는 보백당(寶白堂)이다. 50세가 넘어 과거에 급제하여 성균관에서 김종직(金宗直) 등과 교유하며 학문을 익혔고 1480년(성종 11) 종부시주부에 제수되었다.
대사성·홍문관부제학 등을 역임하고, 1498년(연산군 4) 대사간에 올라 간신들을 탄핵하다가 훈구파에 의해 제지되자 벼슬을 버리고 안동으로 낙향하였다. 한때 무오사화·갑자사화에 연루되어 투옥되었으나 큰 화를 면하였으며 1706년(숙종 32) 지방 유생들이 그의 덕망을 추모하여 안동에 묵계서원(默溪書院)을 짓고 향사하였다. 강 건너에 서원이 있다.
찾는 사람이 많아지자 주차장을 넓게 마련해서 무료로 개방해 놨다. 화장실도 한켠에 있다. 동네를 따라 5분쯤 계곡 따라 걸으면 입구에 매표소가 있다. 입장료는 천 원, 만휴정 안내장을 주는데 펼치니 강 건너 언덕 위 카페에 가면 입장권 한 장에 천 원을 할인해 준다. 그 외에도 의상 체험, 기념품샵에서 사용할 수 있고 주토피움 입장료도 할인할 때 써도 된다. 계곡을 오르다 보면 드라마 대사가 써진 기념사진 코너가 곳곳에 놓였다. 벤치와 함께여서 잠시 쉬며 사진도 찍을 수 있다. 계곡이 깊어 미끄럽거나 다소 위험한 곳이 있어서 안동 사투리로 애교스럽게 조심하라고 경고문도 섰다. 안내장에 쓰레기봉투 한 장이 들었다. 안동을 여행하며 쓰레기를 넣으라고 하니 10월에는 여행도 하고 환경도 보호하는 가을이면 좋겠다.
/김순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