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취약층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가계부채로 인해 서민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한 이들이 늘어났다는 건 경제 부실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지난 11일 열린 국회 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권의 가계대출을 보면 올해 1~3월 감소세를 나타내다 4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후 8월까지 5개월 연속 늘어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또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9월 말 가계대출 잔액도 682조3천29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8월(680조8천120억원)보다 1조5천174억원 늘어난 규모이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권의 부실채권 규모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는데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저축은행 79곳의 연체율은 5.33%로 지난해 말(3.41%)과 비교해 1.92% 상승한 수치이다.
가계대출이 6개월째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천862조8천억원으로 1분기 말(3월 말·1천853조3천억원)보다 0.5%(9조5천억원) 늘었다. 가계신용 대출은 각종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액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이다.
한국은행의 조사국에서는 “20~30대를 중심으로 한 청년층에서 신용카드 및 오토론 연체가 늘어나고 있으며 취약계층의 재무 상황이 악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0월부터 재개되는 학자금대출 상환이 가계의 원리금 부담을 높여 소비증가세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올해 2·4분기 20~30대의 오토론 연체율을 보면 4.4%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수준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또 자영업자의 대출연체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이 1천43조2천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갈아치웠고 연체율 또한 1.15%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며 2014년 3분기(7~9월·1.31%) 이후 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고 한국은행은 밝혔다.
대구·경북에서도 가계대출 규모는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였다. 한국은행 경제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대구지역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40조6천300억원으로 지난 6월 말(40조1천588억원)보다 4천712억원, 경북은 15조2천551억원으로 전월(15조1천661억원) 대비 89억원 늘어났다. 가계부채 데이터에서 분석한 결과 지난 1분기 가계부채의 규모는 전국평균 1인당 8천900만원이었다. 세종시가 1인당 1억1천2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대구는 9천900만원, 경북은 7천800만원으로 나타났다. 증가율로 보면 대구는 인천과 함께 부채가 18.4%의 수치를 보였다. 대구지역은 부채 자체는 고소득층이 많았지만,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가팔랐다. 증가율로 보면 저소득층의 1인당 부채가 2019년 말 대비 15.7% 늘어 가장 크게 증가했다. 중소득층은 8.1%, 고소득층은 7.8% 늘었다.
포항시민 A(39·포항시 남구 대잠동)씨는 “고금리에 은행 대출이자도 부담스럽다. 앞으로 장기간 고금리가 지속될 거라는 전망에 여유자금에도 신경이 쓰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으로 국제 유가 영향도 있고 물가 또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길을 나서면 빈 가계들도 자주 눈에 띄고 자영업자들도 어려워 보인다. 서민들의 생활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데 앞으로 대출은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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