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각 학교마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가을 운동회가 열리는 계절이다. 개선문을 세워두고 아이들은 청군, 백군으로 나뉘어 비장하게 출정식을 가졌다. 청군, 백군으로 팀을 갈라 경기가 진행되었고 경기에 이길 때마다 커다란 점수판에는 시시각각 점수가 올라가 열띤 응원이 이어지곤 했다.
1980년대에는 가을 운동회를 위하여 학생들이 몇 달 전부터 부채춤, 강강술래, 차전놀이, 곤봉 돌리기 등의 장기자랑을 준비했다. 만국기가 펄럭이는 운동장에는 학생과 가족들로 북적였고 장난감, 음료수, 대형 거북선 모형을 걸어둔 뽑기 장수들이 미리 진을 치고 있었다.
달리기를 할 때면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출발선에 서 선생님의 총소리나 호루라기에 맞춰 달려나갔다. 손등에 찍힌 달리기 등수는 저녁에 집에 가서도 잘 지워지지 않아 다음날 서로의 등수를 한 번 더 확인해볼 수 있었다.
박 터트리기 게임이 나오면 점심시간이 임박했음을 알려준다. 콩이나 팥을 넣은 오자미를 던져 박을 먼저 터트리는 팀이 승리를 하는데 박에서는 ‘즐거운 점심시간’을 알리는 현수막이 펼쳐 나왔다. 운동장 그늘에서 돗자리나 신문지를 깔고 가족, 친구와 함께 김밥을 먹은 후 오후 시간에 줄다리기, 남녀 계주를 거치며 운동회는 끝이 났다.
교단 옆에 설치한 천막에는 경기 입상자나 참여자를 위한 공책, 연필 등의 학용품 선물이 가득했는데 요즘은 참여한 학부모를 위한 두루마리 휴지며 각종 생필품도 준비되어 있다. 운동회는 마을 잔치나 다름없었다. 부모, 조부모, 동네 사람 모두가 모이는 큰 행사였고 아이들이 한둘밖에 없는 요즘도 마찬가지다.
안동 길주초등학교에서도 지난 10월 26일, 27일 이틀간 저학년, 고학년으로 나누어 운동회를 개최했다. ‘한마음 체육대회’란 이름으로 열려 개인 달리기, 색판 뒤집기, 박 터트리기, 줄다리기, 청백계주 등의 프로그램과 협동 돼지몰이, 제기차기, 줄다리기 등 학부모가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함께 구성되었다.
운동장에는 손뼉 치고 즐거워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흙먼지에도 신이 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아이들에게는 수업을 하지 않고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즐거운 하루였겠지만 어른들에게도 그 옛날의 학창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신나는 가을 운동회였다. /백소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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