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원들은 “오늘 지도부가 인적쇄신안에 대해 진전된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혁신위를 더는 계속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대세인 것 같다. 김기현 대표와 인 위원장이 지난 17일 당사에서 만나 비공개로 독대하는 등 갈등 봉합을 시도했었지만, 불과 2주만에 혁신위 조기해체라는 위기상황을 맞은 것이다. 특히 인 위원장이 지난주 혁신안 관철을 위해 자신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고 요구하고, 김 대표가 이를 단칼에 거절하면서 두 사람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참패 이후 수도권 민심을 잡기 위해 출범한 여당 혁신위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해체수순을 밟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혁신위가 그동안 내놓은 다양한 과제 중 당 지도부가 수용한 것은 홍준표·이준석 징계철회뿐이다. 핵심적인 혁신과제인 주류 인물들의 인적쇄신 요구에 대해서는 모두가 외면했다.
혁신위는 보선패배 책임에 대한 여론을 잠재울 목적으로 김 대표가 전권을 주겠다며 만든 기구다. 그런데 김 대표가 앞장서서 기득권 유지를 위해 혁신과제를 헌신짝 버리듯 하고 있으니 어떻게 민심이반을 막을 수 있겠는가. 혁신위가 당 주류 인물들을 향해 ‘헌신’을 요구하는 것은 당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겉으로는 혁신을 외치면서, 하나같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총선에서 민주당을 이기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