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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청포도공원의 빈 의자

박효조 시민기자
등록일 2023-12-07 18:11 게재일 2023-12-0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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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청포도 문학공원.
포항시 남구 청림동에는 이육사의 ‘청포도 문학공원’ 이 있다.

어느 날 그곳을 들렀더니 한 시민은 ‘청포도 문학공원이 빈 의자 같다’는 말을 했다.


시설이라곤 동네 주민만을 위한 근린공원뿐인데 왜 문학공원 이름을 붙였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불만스런 표정이었다. 시민기자가 봐도 그랬다. 이 문학공원에는 일제에 맞서던 이육사 시인의 저항 정신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고, 운동기구와 쉼터가 간혹 오는 방문객을 맞이할 뿐이었다.


이 문학공원은 이육사 시인을 기리기 위해 20여 년 전 지역의 뜻있는 문학인들과 포항시가 힘을 합쳐 조성했다.


그러나 그동안 관리 부실 등으로 포항시민들도 이곳에 문학 공원이 있는 줄조차 잘 모르고 있다. 그곳에서 만난 시민도 문학을 하는 지인이 소개해서 와봤는데 실망 그 자체라고 투덜거렸다.


이육사 시인은 일제강점기 민족의 독립을 위해 갖은 고초를 겪으며 17번이나 감옥을 드나들었던 독립운동가다. 그리고 유명한 ‘청포도’시를 썼고, 민족의 독립과 해방을 열망한 작품들 ‘광야’‘절정’‘꽃’등을 연작 발표했다. 그의 뜨거운 마음은 국민들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이육사는 일제의 탐욕과 폭압과 무질서를 온 몸과 마음으로 받아내다 지치고 피폐해진 육신을 추스르기 위해 일월지 언덕에 앉아 눈앞에 펼쳐지는 포도밭과 동해면 도구 바다의 부서지는 하얀 파도를 보며 ‘청포도’ 시를 썼을 터.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울분을 달래며 시상을 떠올린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이육사가 앉았던 의자도 그 언덕도 없다. 포도밭은 주택지로 변하였고 일월지 언덕은 군부대 안에 있어서 일반인 접근도 불가능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한류라는 문화를 온 세계에서 꽃 피우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포항은 어떨까. 시민기자 느낌으로는 포항문학 문화를 위한 노력들은 소외 받고 있다고 본다. 이제부터라도 포항의 문학 문화정책이 달라졌으면 한다.


청포도 문학공원에 이육사 시인이 앉았던 문학 향기 나는 의자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더 욕심낸다면 이육사 시인의 정신이 살아 있는 문학관이 위용을 갖추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수건을 마련해 두렴’ 시구처럼 지역의 문인들과 포항시가 힘을 합쳐 문학이 시민 속으로 스미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 본다.


이곳은 호미곶 둘레길 1~4 코스 중 제1코스의 출발점이다.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둘레길을 찾는다.


이육사 시인을 기리는 시그니처 하나쯤 있으면 문학공원이 더욱 빛을 발하지 않을까. 아무도 다녀가지 않은 빈 의자 같은 문학공원을 보면서 이육사 시인을 욕되게 하지는 않는지 고개가 숙여졌다.


이육사 문학의 뜻을 기리고 이곳을 다녀가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주소를 올린다.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안로 5824번길 4이다.


/박효조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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