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거수회 “숲과 마을은 생명공동체”<br/>나무들 지키기 위한 ‘마을 숲 회복사업’<br/>노거수史 등 스토리텔링도 열심히 준비
㈔노거수회의 슬로건은 ‘숲과 마을은 생명공동체’이다. 숲은 마을 입구에 조성되어 외부인으로부터 마을이 잘 보이지 않게 가려주고 북서풍을 막아주며 숲 나무들의 얽힌 뿌리는 휘몰아치는 폭우로 인해 마을의 도랑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준다. 추위도 더위도 오롯이 버티며 수백 년을 살아가는 나무가 하늘에 닿을 듯이 키가 20여m를 넘어서는 노거수가 되면 보이지 않는 생명의 기운이 안테나가 되어 사람들의 소원을 하늘에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도 한다. 우리 선조들은 수백 년이 지나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노거수에게 풍요와 다산(多産)을 빌었다. 예부터 동양은 치도(治道)의 근본이 치산치수였으니 산을 다스려 물을 다스리고 그 물을 다스려 농사가 잘되면 백성이 잘 살 수 있었으므로 산과 마을의 나무를 함부로 하지 않았다. 전통이 있는 마을은 숲이 잘 보존되지만 사람들이 떠나 마을이 쇠락하면 숲도 함께 흉하게 되니 숲과 마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생명공동체이다.
지난 주말 노거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노거수 보호사업의 일원으로 포항시 죽장면에 있는 매현마을 숲을 찾아 퇴비 50포를 뿌렸다. 당산목인 500년 이상 된 느티나무와 100년 이상 된 느티나무 10여 그루, 갈참나무, 고욤나무, 말채나무 등이 있는 이 숲은 포항시와 (사)노거수회가 마을주민과 한마음 한뜻으로 ‘마을 숲 회복사업’을 진행한 곳이다. 우거진 숲에 체육, 유희시설의 유입으로 한여름 피서객들에 의한 답압(踏壓)이 극심한 곳에 뿌려진 퇴비가 유기물 역할을 하면 습기를 유지하게 되어 지렁이와 작은 생명체들이 살아가며 땅을 푸슬푸슬하게 해주니 노거수는 편안히 영양을 공급받는다. 합덕리 비술나무와 현내리 느티나무도 찾아가 물과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는 세근(細根)이 많은 부분에 고형복합비료를 깊지 않게 묻어주었다.
산림청에서는 보호수의 문화 자원화와 국민적 관심도 제고 방안으로 노거수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올해의 나무 콘테스트를 추진하고 있다. 우영우의 팽나무를 문화재청에서 천연기념물로 실제 지정한 것처럼 막연히 지정해서 보호하는 것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유명한 나무로 만들어 테마관광, 문화적·역사적 가치를 키우면 나무를 궁극적으로 보호하게 된다는 개념이다. 나무는 하나의 생명체이며 다양한 것들을 사람에게 준다, 생태적으로도 나무에 찾아오는 새와 곤충과 작은 생명체들에게는 나무 한그루가 그야말로 숲이다. 조상들이 잘 가꾸어 온 노거수를 후손들도 누릴 수 있도록 우리 대에서 결코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노거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하나같은 마음이다. 사라져가는 노거수의 안위(安危)를 누구보다 우려하는 강기호 박사를 주축으로 지금 (사)노거수회는 산림청의 움직임에 발맞춰 노거수에 얽힌 역사와 신비한 영험 등의 스토리텔링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그들과 함께한 주말은 마음이 참 따뜻했다.
/박귀상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