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절이라고 하면, 산세 좋고 물 좋은 아늑한 곳에 자리잡은 산사를 연상하게 되지만, 봉화군 물야면 북지리에 자리잡은 지림사는 뒤로는 나즈마한 산이 있고, 들어가는 입구와 절 앞쪽으로는 논과 밭이 있는 평지에 위치한 아주 이색적인 절이다.
봉화읍에서 물야 쪽으로 15분 정도 달리면 지림사라는 작은 절이 있는데 이곳은 그다지 크지도 않고 계곡이 있고 산세좋은 산속에 자리잡은 유명고찰도 아니다. 하지만 봉화에서 유일하게 국보가 있는 사찰이다.
절 입구로 들어서니, 진입로 양쪽으로 도열한 벚꽃나무와 나즈막히 길게 쌓여있는 기왓장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지금이 겨울이고, 겨울이 유난히도 추워 ‘봉베리아’라는 별칭을 가진 봉화에는 앙상한 가지와 여기저기 얼음만 보여 썰렁함 그 자체다.
그렇지만, 해가 바뀐 지금은 목련이 엄지손가락 마디만한 봉오리를 맺고 머지않은 봄을 예고하고 있다.
대웅전도 아주 큰 대궐같은 웅장함은 없지만, 아기자기 하면서도 그림같이 아름다운 자태로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지림사는 진덕여왕(7세기)때 창건하여 한때는 500여 명의 수도승이 있었던 아주 큰 절이었으나, 조선 중기에 불에 타서 없어졌다가 해방 후에 이곳의 마애여래좌상이 국보 제201호로 지정이 되고 이 국보를 관리보호하는 차원에서 옛 지림사의 명칭을 이어받아 현재의 사찰이 지어져 지금에 이르고 있으며, 비구니들이 거처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의 하이라이트인 국보를 보러갔는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며, 노상에 방치되어 있었으나, 최근에 석불전을 지어 우리의 자랑스런 국보를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조선 중기의 임란을 거치면서 이곳의 절도 불에 타서 없어지고, 관리가 안되는 채로 방치가 되다보니 아주 심하게 훼손이 되어, 코도 없어지고, 머리도 일부가 잘려나가고, 가슴과 어깨도 파손되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나 해방 이후인 1947년에 부지를 정리하는 도중에 발견되어, 군데군데 균열이 가고 훼손된 부분이 많지만 아직도 부처의 위용이 여전히 남아있고 높은 도드락 새김으로 거의 원각불에 가깝게 새겨 위엄스러움이 더욱 돋보이는데다 불상 주위에 새긴 화불들과 함께 7세기 중엽의 위엄스럽고 자비로운 불상미를 잘 보여주고 있음을 인정받아 1980년 9월 16일에 국보 제201호로 지정되면서 늦게나마 더 이상의 훼손을 방지하고 선조들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는게 그나마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불상의 양쪽 옆과 위쪽으로 또다른 작은 불상을 양각으로 새겼는데 보면 볼수록 아름답고 신비롭다는 느낌이 든다.
이곳의 또 다른 특징은 여느 절과는 달리 산속이 아닌 평지에 자리 잡고 있어서 다소 몸이 불편하신 분이나 연세드신 분 그리고 어린아이들도 쉽게 다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가까운 곳에 오전약수터, 축서사, 부석사 등도 있으니 누구나 한번쯤은 나들이를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동주 시민기자